지구 심층부 탐사는 인류의 발길이 한번도 닿지 못한 지구 속 미지의 영역을 찾아 그 비밀을 규명해 보려는 프로젝트. 지구를 감싸는 지각을 뚫고 들어가 맨틀(mantle) 층의 물질을 채취해 분석하면 △운석 충돌 △지진 △화산 분화 등 지구의 생성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가늠하는 것은 물론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는 실마리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JAMSTEC 측은 기대하고 있다.
15일 오전 도쿄(東京)만 바닷가 초입에 자리 잡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요코하마(橫濱) 제작소 부두. 보수공사 차 정박 중인 지구호는 세계 최대의 굴착탐사선이다.
길이 210m, 폭 38m, 5만7087t으로 150명의 연구 인력이 탑승 가능한 지구호는 세계에 단 두 척뿐인 지구 심층 탐사선 중 하나. 미국 탐사선의 굴착 능력이 해저 2100m에 그치는 반면 지구호는 7000m까지 파 들어갈 수 있다.
지구 심층부 탐사는 해당 수역 해저의 지질 특성을 미리 조사한 뒤 바다 위에 정지한 탐사선에서 해저를 향해 지름 14cm, 길이 3600cm의 철제 드릴을 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통상 해수면에서 해저까지의 거리는 2500m. 드릴이 해저에 닿으면 탐사선 본부의 조종을 통해 해저를 파 들어가 토양과 암석을 끌어올린다.
지구호는 11월 26일 일본 혼슈(本州) 최북단인 아오모리(靑森) 현 해상에서 첫 가동을 시작해 해저 700m 지점의 시료를 성공적으로 채취했다.
다이라 아사히코(平朝彦) 센터장은 “해저에서 5km 정도만 들어가면 웬만한 지역에서는 가스, 석유 등 에너지가 매장돼 있어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해저엔 육상에 필적할 만한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만큼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심층부 탐사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이 준참가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한국 연구진에도 탐사의 문호를 개방하는 문제를 놓고 한국 측과 비공식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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