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돈문제로 사분오열… 동-서유럽 밥그릇 다툼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유럽연합(EU)이 경제 정책을 놓고 사분오열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주요국 지도자들은 유럽헌법 부결과 국내 문제로 입지가 약화됐다. EU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U가 기로에 서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저마다 다른 목소리=EU의 2007∼2013년 예산안을 타결하기 위한 정상회의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EU는 사전 작업에 공을 들여왔지만 타결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부딪치기 때문이다.

의장국인 영국은 14일 새 예산안을 내놓았다. 전체 예산 규모를 5일 발표한 8470억 유로에서 1.03% 늘리고 동유럽 신규 회원국 10개국에 대한 지원 규모도 소폭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영국의 예산 분담금 환급금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반발을 사고 있다. 영국은 EU 국가 가운데 농업 보조금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 보상 차원에서 환급금을 받아 왔다. 이에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환급금 규모를 줄여 달라”고 주장하자 영국은 “그러자면 보조금도 줄여야 한다”고 맞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법인세율을 둘러싼 EU 내부 갈등도 본격화되고 있다. 라슬로 코박스 EU 세무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25개 회원국 공동의 법인세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낮은 법인세율로 외국기업 유치에 재미를 보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단체로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기존 회원국 15개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34%인 반면 신규 가입국의 평균치는 19%였다.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국가들이 ‘세금 덤핑’을 하는 바람에 기존 회원국 산업이 공동화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EU 최저세율제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은 “국내 자본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자를 유치하려면 낮은 법인세는 불가피하다”며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는 갈수록 악화=‘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EU의 협약을 어긴 국가는 지난해 8개국이었다. 올해는 포르투갈이 가세해 9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GDP 대비 국가채무가 100%를 넘어 벌어들이는 것보다 빚이 더 많을 전망이다.

각국은 비상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프랑스는 14일 “국가채무가 GDP의 66%인 1조170억 유로(1235조 원)에 이른다”고 발표하고 연금 개혁, 공공서비스 축소, 공무원 감축 등을 통해 국가채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역시 재정적자가 심각한 이탈리아 정부는 포르노 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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