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 비밀도청 폭로…美 ‘국가안보 vs 기본권’ 논란 확산

  • 입력 2005년 12월 19일 03시 02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사실이 폭로된 가운데 상원에서 애국법의 시효 연장 처리가 거부됨으로써 국가안보와 기본권 제약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의 NSA 도청 사실 폭로를 ‘불법적인 기밀 공개’라고 비난하고 애국법 시효 연장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부 상원의원들은 NSA의 도청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인지를 따지기 위해 내년 초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NSA의 도청=부시 대통령이 9·11테러를 계기로 NSA가 미국 내에서 영장 없이 미국인과 외국인들의 국제전화를 도청하고 외국과의 e메일을 추적하도록 승인한 사실이 16일 뉴욕타임스에 의해 폭로됐다.

NSA의 미국 내 도청은 특별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을 때에만 허용된다. 그러나 NSA는 9·11테러 이후 36차례에 걸쳐 대통령 명령을 근거로 테러 활동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백 명 또는 수천 명의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 및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국제전화를 영장 없이 도청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앨런 스펙터(공화) 상원 법사위원장은 “이것(NSA의 도청)이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대단히 긴급한 최우선 과제”라며 내년 초에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워드 케네디(민주) 상원의원은 “(도청은) 함부로 날뛰는 빅 브러더의 모습”이라며 “모든 상원의원과 미국인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충격적인 폭로”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17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도청 계획은 기밀사항으로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며 “내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도청 계획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혀 반발이 예상된다.

1952년 창설된 미국 내 최대 정보기구인 NSA는 인공위성과 각종 장비를 갖춘 거대한 네트워크를 동원해 전 세계를 상대로 도청 활동을 해왔다.

▽애국법 연장 논란=도청이 폭로된 16일 상원에서는 연말로 시한이 만료되는 애국법의 16개 조항에 대한 시효 연장이 기본권 침해 우려 등의 이유로 거부됐다.

상원 표결 결과는 찬성 52 반대 47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60명 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애국법의 시효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온 테러와의 전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애국법이 진료기록, 총기 보유, 도서관 열람기록 등 사생활을 엿볼 수 있도록 정부에 초법적인 권한을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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