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셔 前 美국무부 北불법행위 대응팀장 인터뷰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04분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국내 한 위조지폐 감식 전문가가 100달러짜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미 국무부는 16일 북한이 1989년부터 ‘슈퍼 노트’라고 불리는 정교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5000만 달러 이상 제조해 유통시켰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게 진짜일까, 가짜일까.” 국내 한 위조지폐 감식 전문가가 100달러짜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미 국무부는 16일 북한이 1989년부터 ‘슈퍼 노트’라고 불리는 정교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5000만 달러 이상 제조해 유통시켰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데이비드 애셔 전 미국 국무부 자문관은 올 6월 국무부를 떠나기 전까지 ‘북한의 불법행위 대응팀장’ 역할을 맡아 왔다. 재무부 정보기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해 마약, 위조지폐, 가짜 약품, 가짜 담배 제조 판매 등 북한의 불법행위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그는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normal state)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불법행위를 명확히 밝혀내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21세기 국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를 입증할 증거가 있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다.

“증거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분명한(extremely compelling) 증거가 많이 있고, 나중에 미국 법원에 제출될 것이다. 전 세계가 믿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있다. 미국에서만 북한의 위조지폐, 의약품 밀수 등에 관련돼 체포된 사람이 140명에 이른다.”

―왜 지금 문제가 되나.

“빌 클린턴 행정부는 평양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5, 6년 전부터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위폐 외에도 가짜 담배를 판매한 양만 연간 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 사법당국은 8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중국계 마약조직을 급습했는데, 북한인 1, 2명이 포함됐으며 중국산 위폐 수백만 달러와 마약, 그리고 엄청난 분량의 비아그라도 발견됐다.”

―북한의 불법 행위가 입증되면 한국에는 어떤 조치를 요구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북한에서 오거나 북한을 경유하는 컨테이너에 대해 철저한 검색을 요청했으나 한국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했다. 북한의 불법 행위에 눈을 감으면서까지 햇볕정책을 계속하면 안된다.”

―마카오에 묶인 돈은 김정일 통치자금과 관련이 있나.

“북한은 달러를 벌어들일 산업이 전무하다. 불법 자금이 없었다면 김정일은 그 많은 사치품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카오에 동결된 자금도 김정일이 내년에 벤츠와 코냑을 구입할 돈이었다.”

―동맹국인 한국 정부도 설득시키지 못하는데 북한이 과연 승복할까.

“3년 전부터 6자회담 참가국과 직접 만나 정보교류를 해 왔다. 김대중(金大中) 정부건, 노무현(盧武鉉) 정부건 어떤 당국자도 내가 제공한 정보를 본 뒤에는 다 믿었다. 북한의 위조지폐 정보는 한국이 더 많이 갖고 있지 않는가. 이런 (한국) 정보기관이 나서서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면 그들은 거짓말쟁이다.”

―한국 중국의 협조를 강조해 왔는데….

“중국은 북한이 일삼고 있는 불법행위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다. 북한은 국제적 컨테이너 운항체제에 편입돼 있지 않다. 따라서 북한의 컨테이너는 중국과 한국에서 환적된 뒤 제3국으로 보내진다. 북한 나진항을 떠난 배가 가짜 담배를 실은 컨테이너를 부산에서 제3국 배에 옮기는 방식이다. 한국이 남북 간 거래를 국내거래라고 한다면 북한의 이런 통관내용을 국제사회에 설명해야 한다. 북한 컨테이너 선박이 많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컨테이너에 무기나 불법 상품(가짜 담배, 가짜 의약품)을 싣고 간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협조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기대를 가져본다.”

―북한이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북한은 달러 위조 및 미국 내 유통이라는 적대적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업을 북한이 중단할지 모르겠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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