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메카순례 AI 번질라… 사우디 250만명 몰려 검역비상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내년 1월 8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교도들의 성지 메카 순례(하지)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이 걸렸다. 일부 성지 순례자들은 벌써 사우디에 입국하고 있어 AI 확산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매년 하지 때는 전 세계 160여 이슬람국가에서 약 250만 명의 이슬람교도가 사우디에 입국한다. 하지는 12일까지 계속된다. 특히 이번에는 AI 바이러스인 H5N1 희생자가 발생한 아시아지역의 이슬람국가들에서 오는 순례자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AI 사망자는 23일 현재 베트남 42명, 태국 14명, 인도네시아 11명, 캄보디아 4명, 중국 2명 등 총 73명에 이른다.

보건 전문가들은 순례자들에게 묻어온 H5N1 바이러스가 인간 독감바이러스와 만나 변이를 일으키면 치명적인 대륙 간 전염병이 발생해 수많은 순례자 사이에 즉각 퍼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하마드 알 마네이 사우디 보건장관은 25일 “하지를 앞두고 지금까지 62만2000명의 순례자들이 입국했다”며 “이들은 모두 바이러스 및 질병 검사를 받았으며 이상이 있는 순례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마네이 장관은 “이상이 발견된 순례자들은 즉각 귀국조치 됐다”고 덧붙였으나 사우디에 입국하지 못한 순례자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순례자들이 입국하는 지점마다 검역을 실시하는 한편 670만 달러(약 67억 원)를 투입해 메카와 그 주변에 병원 21곳과 검진소 155곳을 마련했으며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1만 명이 넘는 의료 인력도 대기시켰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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