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Mr. 쓴소리’ 결국 사임

  • 입력 2005년 12월 29일 03시 01분


크렘린의 ‘미스터 쓴소리’가 결국 물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44·사진) 대통령경제보좌관이 낸 사표를 즉시 수리했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부터 경제보좌관으로 일해 온 그는 푸틴 정부의 정책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 크렘린 내에서 유일하게 소신대로 직언을 하는 참모로 꼽혀 왔다.

일라리오노프 보좌관은 이날 사표를 내면서 “6년 전만 해도 러시아에서 부분적이나마 자유를 누리며 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치적 자유가 중단됐다”며 “앞으로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 이유는 푸틴 정부가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과거의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푸틴 정부 출범 당시 경제정책인 ‘푸티노믹스’의 설계자였다. 푸틴 대통령의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후배로 신임을 받으며 한때 크렘린의 실세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인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이 구속되고 유코스가 공중분해돼 국영석유공사의 손으로 넘어가자 이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가 러시아를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때부터 사사건건 ‘대통령의 뜻’과 부닥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교토의정서에도 반대했고 크렘린의 의지로 지난주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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