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대란 일단 면했다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러시아가 2일 저녁(현지시간) 유럽 지역에 대한 가스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밝혀 이틀 동안 가스 공급 감소로 위기가 고조됐던 유럽 국가들이 한숨을 돌렸다. 알렉산드르 메드베데프 러시아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 부사장은 2일 “3일까지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완전히 복구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로서 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격 중단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아온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던 가스 부족 사태가 일단 진정됐다. 유럽 국가들은 가스 공급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80%를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고 있어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했었다. 하지만 가스 공급 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재협상에 들어갈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

▽급박했던 이틀=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공급을 4분의 1로 줄인 지 몇 시간 뒤부터 다른 국가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가스관 압력이 떨어지면서 가스공급이 헝가리는 40%, 폴란드는 14%가 줄어들었다.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에 대한 공급도 감소했다.

헝가리도 세르비아와 보스니아로 가는 가스 공급량을 같은 비율로 축소할 것이라고 밝혀 유럽전역에 가스 부족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서방 최대의 가스 수출국인 노르웨이마저도 “러시아산 가스의 부족분을 메우기 어렵다”고 밝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럽은 가스 부족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사태가 악화되자 수요의 3분의 1을 러시아로부터 충당하는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분쟁 해결과 파문 축소를 위해 크렘린과 직접 접촉에 나섰다. 또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역시 곧 난방과 기업에 대한 가스 공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자 투르크메니스탄과 몰도바에 가스 공급을 긴급 요청하기도 했다.

▽러-우크라, 서로 “네 책임” 갈등 벌여=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책임 소재를 둘러싼 설전을 벌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유럽전역에 대한 가스 공급을 위협하는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가스프롬 대변인은 “다른 유럽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중간에서 가스를 빼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스공급 감소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겼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일부 가스관에 전혀 가스가 흐르지 않고 있어 전체 가스관에서의 압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급용 가스관을 차단해 유럽행 가스관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

이반 플라치코프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은 2일 “기온이 영하 3∼5도로 떨어지면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통과 가스 중 일부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유럽행 가스를 전용할 경우 유럽은 더 심한 가스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감정 대립도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러시아 역시 “투르크메니스탄 가스가 우리 영토를 통과해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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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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