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 ‘벤 버냉키(사진) 시대’가 정식 개막된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신임 의장은 자주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정책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린스펀 전 의장이 물려준 경제상황이 별로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것. 겉으로 봤을 때 미국 경제에 별다른 장애물은 없는 듯하다. 경제성장률은 최근 2년 연속 4.1%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5% 아래로 떨어졌다.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걸림돌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줄기찬 금리 인상, 주택시장 냉각 조짐, 고유가로 소비지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올해 성장률은 3∼3.5%로 둔화될 전망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의 금리 인상 행진은 일단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 문제는 버냉키 체제의 성패를 결정하는 최대 요인이 될 전망이다. 쌍둥이 적자는 그린스펀 전 의장 업적의 최대 오점. 지금까지 미국은 고금리를 통해 해외 자금을 유치함으로써 적자를 메워 왔다. 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전 의장이 남겨준 유산이 생각만큼 화려하지 못하다는 것을 버냉키 의장이 취임 첫해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깨닫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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