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베리아~태평양 세계최장 송유관 올여름 착공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중국과 일본이 노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세계 최장의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건설이 올여름 시작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4월까지 관련 협정을 마무리 지은 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이 송유관은 모두 4200km의 길이에 총투자 규모는 115억 달러(약 11조3609억 원). 2008년까지 완공될 1단계 구간(길이 2269km, 투자 규모 60억 달러)만으로도 지난해 서방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완공한 바쿠∼트빌리시∼제이한 송유관(BTC)을 압도한다. 36억 달러를 들여 11년 동안 건설한 BTC는 길이 1760km로 지금까지 최장의 송유관이었다.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1단계 구간은 시베리아 유전에서 나온 원유가 모이는 이르쿠츠크 주 타이셰트에서 출발해 러-중 국경선을 따라 아무르 주 스코보로디노까지 연결된다. 러-중 국경까지 70km의 지선을 건설해 다칭(大慶)으로 가는 중국 내의 기존 송유관과 연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 60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으로 공급할 수 있다.

2단계 구간은 스코보로디노에서 극동의 항구인 페레보즈나야까지 연결해 해상을 통해 일본과 한국, 미국 등으로 수출이 가능하게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2단계 구간의 구체적인 착공 시기는 앞으로 공급물량 확보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돼 있다.

▽일본의 불만, 한국에는 기회?=이 때문에 2단계 구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일본의 불만이 대단하다. 당초 일본은 50억 달러 이상의 공사비 제공을 내걸고 1, 2단계 구간의 동시 착공을 주장해 왔으나 관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단계 구간만 완성된 후 2단계 공사가 늦어질 경우 결국 동시베리아 원유를 중국이 ‘싹쓸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03년부터 일본과 중국은 정상들이 직접 나서 자국에 유리하게 노선이 정해지도록 러시아를 설득해 왔다. 처음에는 중국 다칭으로 직접 연결하려던 계획이 자금력을 내세운 일본의 공세로 다시 일본에 가까운 나홋카로 변경됐다가 최종적으로 2단계로 나눠 건설하는 것으로 확정된 것.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중국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의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이 건설프로젝트에 대한 일본 기업의 참여도 저조할 전망이다. 이 틈을 타 한국 업체들은 특수강관과 원유저장탱크, 송유펌프 등 플랜트 수출과 페레보즈나야 항만 건설 입찰에 참여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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