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이-팔 정국…샤론 없어도 올메르트 있다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각각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국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샤론 총리가 쓰러진 이후 정치적 공백이 우려됐던 이스라엘은 총리권한대행을 맡은 에후드 올메르트(60) 부총리가 예상을 뛰어넘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차기 지도자’의 부상=올메르트 총리대행은 이스라엘 정국을 이끌기에는 카리스마와 경륜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샤론 총리가 만든 카디마당 소속인 그는 샤론 총리가 뇌출혈로 수술을 받자마자 탈당설이 나도는 시몬 페레스 전 노동당 당수를 설득해 붙잡았다. 또 카디마당의 중진들을 일일이 접촉해 지지를 이끌어 냈다.

특히 3월 총선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당 당수와 아미르 페레츠 노동당 당수를 만나 나라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국 안정에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했다.

샤론 총리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권력 진공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에서 스스로 발 빠르게 움직여 ‘포스트 샤론’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 이스라엘의 유력 일간 하아레츠도 그에 대해 “미국 정치에 영향력이 큰 미국 내 유대교 사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이스라엘 국민이 차기 지도자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샤론 총리가 창당한 카디마당의 지지율도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0석 가운데 36∼42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당은 18석, 리쿠드당은 13석.

▽안개 속의 팔레스타인=반면 총선을 불과 15일 앞둔 팔레스타인은 갈팡질팡하는 양상이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NA)를 이끌고 있는 최대 정파인 파타는 신구 세력 간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과 부정부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0일 동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우편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 자체가 제대로 치러질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무드 아바스 PNA 수반은 이스라엘이 2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동예루살렘에서 자유 총선을 보장하지 않으면 선거를 연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핑계로 총선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고 있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부상을 막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내전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로 ‘싸울 적’을 잃어버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 간의 암투로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마스의 무장조직 에제딘 알 카삼 여단과 파타의 무장조직 알 아크사 순교여단이 주도권을 놓고 무력충돌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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