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영국군의 나이절 애일윈포스터 준장이 미군과 함께 이라크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해 내린 평가다. 그는 2003년 말부터 1년간 이라크군 교육 담당 부사령관을 지냈다.
워싱턴포스트가 11일 소개한 애일윈포스터 준장의 비판은 신랄하다 못해 냉혹하다. 그는 특히 “이라크 주둔 미군 장교들의 (이라크에 대한) 문화적 몰이해는 제도적 인종차별이나 매한가지”라고 일갈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미군의 무지(無知)가 이라크 반군세력의 공격을 부추기고 있는지 모른다고도 했다.
미군의 이 같은 행태는 인내와 문화적 이해, 최소한의 병력 투입을 통한 신속 대응 등이 필요한 게릴라 작전엔 부적절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애일윈포스터 준장은 또 미군의 ‘하면 된다(can-do)’ 정신이 파괴적 낙관주의(damaging optimism)를 낳고 이라크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선 장교들은 안 좋은 뉴스의 경우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고 있어 군사적 판단을 왜곡하는 풍토마저 낳고 있다는 것.
이 글은 미 육군이 발행하는 간행물 ‘밀리터리 리뷰’ 최신호에 실렸다. 웹 사이트에 원문까지 게재한 워싱턴포스트는 “육군 잡지가 이라크 작전에 대한 자체 평가 차원에서 비판적인 글을 실은 적이 몇 차례 있지만 이처럼 냉정한 비판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밀리터리 리뷰는 편집자 주(註)를 통해 “이 글의 일부 내용은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측대로 미군들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케빈 벤슨 대령은 “애일윈포스터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영국 신사연하는 속물”이라며 반박 기고문을 내겠다고 밝혔고, 그레고리 폰트넛 예비역 대령은 “그가 사안을 과장하고 있다”면서도 “옳든 그르든 중요한 것은 미군이 이제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밀리터리 리뷰 감독책임자인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중장은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는 매우 훌륭한 장교이며 그가 제시한 중요한 관점은 그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스니아에서 근무 중인 애일윈포스터 준장은 “영국 군인들은 내 글이 옳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덧붙였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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