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청혼 거절-지참금 적다고 ‘염산테러’를…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방글라데시 ‘산(酸) 생존자 기금(ASF·Acid Survivors Foundation)’이사장인 모리나 라만 씨가 3월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사면위원회(AI) 독일지부 인권상을 받는다. ASF는 염산 초산 등 강산성(强酸性) 약품을 얼굴에 쏟아 붓는 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을 돕기 위해 라만 씨가 설립한 단체.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최근호는 라만 씨의 수상을 계기로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여성 인권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ASF의 노력을 조명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약품을 사용한 폭력은 흔한 일이다. 2000년 이후 매년 400건이 넘게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상을 입어 얼굴이 일그러진 여인들이 대부분 집안에 숨어 지내기 때문.

대개는 청혼을 거절당한 남자들이나 지참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신랑 가족들이 범행을 저지른다. 피해를 당한 여성과 가족들은 이를 수치로 여겨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 인권단체에서 활동해 온 라만 씨도 1996년에야 처음으로 약품 테러를 당한 여성을 만났다. 이 문제에 활동을 집중하기로 결심한 그는 유엔아동기금(UNICEF) 등과 접촉해 1999년 ASF를 설립했다.

가장 큰 과제는 피해자들에게 ‘죄인이 아니므로 떳떳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었다. 집요한 시위와 로비 끝에 정부로부터 관련 형법 개정과 강산성 약품 판매 규제 약속도 얻어냈다. 화상 치료를 위한 첨단 시설의 병원도 곧 다카 시내에 문을 열 예정이다.

라만 씨는 힘주어 말한다. “얼굴이 일그러진 이 여인들은 희생자가 아닙니다. 역경을 이겨낸 생존자들이죠.”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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