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심벌이 된 인디언 건축양식
샌타페이를 개성 있게 만드는 첫 번째는 ‘어도비 양식’으로 불리는 특유의 진흙 건축물이다. 건조한 날씨와 높은 고도 때문에 나무가 많이 자라지 않아 집을 진흙과 짚으로 짓는 이 전통적인 방법은 점차 도시의 독특한 개성이 되었다. 시 당국은 독특한 건축 양식이 도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1950년대부터는 신축 건물들도 어도비 양식으로만 짓도록 규제하기 시작했다. 건물 높이를 최고 3층으로 묶었고, 모서리는 둥글게, 색조는 주황부터 갈색, 외장은 진흙 등 아도비 양식을 유지하도록 구체적인 제한을 두었다. 건물을 신축할 때는 HRB(Historic Review Board)라 불리는 위원회의 까다로운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로써 반세기가 흐른 지금, 어도비 양식의 건물은 샌타페이의 가장 독특하고 가치 있는 자산으로 남게 되었다.
근래 샌타페이 시는 현존하는 어도비 양식 건물과 조화되는 현대 건축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멕시코 출신 건축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설계한 고급 콘도미니엄 ‘조칼로(Zocalo)’는 그 한 예. 그는 심플한 기하학적 조형과 강렬한 색의 대조 등을 통해 어도비와의 현대적 중재를 시작했다.
○ 도시 콘텐츠의 중심은 예술
많은 경우 건축 양식에 대한 시의 강력한 규제는 자칫 도시를 과거에 묶어 두거나 도시의 거주성, 실제성은 떨어뜨린 채 이미지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타페이의 이미지가 진정성을 갖는 이유는 건물이 단지 외양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담는 콘텐츠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예술은 샌타페이라는 도시 콘텐츠의 중심에 있다. 샌타페이 시민 여섯 명 중 한 명은 예술산업에 종사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예술가가 이곳을 둥지로 삼았고, 지금도 다운타운의 캐니언로드를 중심으로 1000여 명의 예술가가 모여 산다.
그중에서도 조지아 오키프(1887∼1986)는 단연 샌타페이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위스콘신 출신으로 뉴욕 등에서 활동했던 오키프는 1946년 뉴멕시코로 삶터를 옮겼다. 이후 사막과 하늘이 잇닿은 독특한 자연 풍경의 추상화, 사막 한가운데에서의 은둔 생활 등 그녀의 작품과 삶 모두에서 샌타페이의 독특한 지역성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샌타페이 시가 자랑으로 삼는 오키프미술관은 이 도시가 자산으로 삼는 역사와 예술을 어떻게 보존에 머물지 않고 현재형으로 계속 재생산해 내는지를 잘 보여 준다. 2005년 하반기 오키프미술관의 전시는 앤디 워홀의 꽃과 오키프의 꽃을 함께 수평으로 내건 것이었다. 오키프미술관 부설 리서치센터는 그녀를 과거의 작가로 잠재우지 않고 끊임없이 현대적 문맥으로 끌어내 의미를 확장하고 재설정해 낸다.
샌타페이=정현아 DIA건축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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