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세기 스페인 양식이 가미된 멕시코, 볼리비아산 미술품들을 주로 취급하는 샌타페이 다운타운의 페이턴 라이트 갤러리도 발에 차일 만큼 많은 갤러리 중 하나다. 6만 달러짜리 부엌의자부터 200만 달러짜리 그림까지 갖춘 이 갤러리는 도대체 수지를 어떻게 맞출까. 이 갤러리의 테레사 머리 오고먼 사장은 “단골들이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처럼 번잡한 도시에서 예술을 느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샌타페이를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어요. 대개는 샌타페이에 마련해 놓은 세컨드 하우스에 장기간 머물면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쇼핑을 하죠.”
샌타페이 시는 뉴욕이나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에 살고 있는 부유한 예술애호가들을 세수(稅收)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민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매력적인 유인 요소는 샌타페이 외곽에 새로 건설되는 고급 콘도미니엄. 이 중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설계한 콘도미니엄 ‘조칼로’는 최근 이곳에 휴양용 별장을 마련하려는 예술 애호가들 사이에 단연 화제다.
명칭은 ‘콘도미니엄’이지만 우리로 따지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나 용인시 택지지구에서 볼 수 있는 고급 단독주택 단지에 가깝다. 최근 4년 새 46채를 순차 분양했는데 산이나 사막 조망권이 보장되는 측면 쪽은 모두 초기에 다 팔리고 현재는 8채 정도가 남아 있다. 28∼40평형인 이 콘도의 집값은 평균 38만5000달러로 한국 돈으로 4억 원이 채 안된다. 샌디에이고에 살면서 최근 이 콘도를 별장용으로 샀다는 로빈 매들락 씨는 “투자 목적도 있지만 사막의 태양빛, 낮이면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드넓은 시야 등 샌타페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예술적 영감, 예술과 접목된 휴양의 세계가 나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샌타페이=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