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목표는 알 카에다 조직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였다. 이슬람 명절인 이드를 맞아 알 자와히리가 마을로 들어왔고 폭격 대상이 된 3채의 가옥 중 하나에 은신하고 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에 따른 폭격이었던 것이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이 폭격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했다. 알 카에다의 최고위 전략가이자 오사마 빈 라덴의 대변인으로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붙은 알 자와히리에 대한 공습은 그 자체로 엄청난 뉴스였고 언론들은 “미군이 중대한 전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망자 중에 알 자와히리는 발견되지 않았고, 파키스탄 군 관계자들은 “애초부터 알 자와히리는 그 마을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IA의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오폭을 했고 이로 인해 여성과 어린이 등 무고한 민간인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은 셈이다.
다마돌라 마을 주민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있는 친지들이 명절날 고향을 방문했다가 무고한 죽음을 당했다”며 분노했고, 인근 지역 주민 수천 명은 14일 반미 집회를 연 뒤 비정부기구 사무실 2곳을 습격하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파키스탄 정부는 이슬라마바드 주재 미국 대사를 외교부로 소환해 “명백히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 다마돌라 마을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다”며 미군의 국경 침범에 대한 공식 항의문서를 전달했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미국과 대테러전쟁 공동전선을 펴며 반군세력 소탕에 나섰으나 미군의 월경(越境)을 허용치 않아 왔다.
그러나 미 백악관과 CIA는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고, 국방부는 “당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에서 연합군의 항공기 작전에 대한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고 부인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5일 파키스탄의 고위 정보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으며 공습으로 최소한 11명의 반군 전투원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알 자와히리가 12일 밤 다마돌라 마을에서 만찬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며, 이 만찬에 참석했던 한 지방 관리가 공습 후 다시 현장에 나타나 반군 전투원들의 시신을 거둬갔다는 것이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파키스탄의 한 고위 관리가 “미군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 알 자와히리가 마을에 있었지만 그가 마을을 빠져나간 뒤 6시간 만에 폭격이 이뤄져 놓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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