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젊은층 “미술관은 사교장”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3분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청년수집가위원회(YCC) 주최로 열린 미국 현대미술가 제임스 로젠퀴스트 작품전에는 1000여 명의 회원과 초청객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구겐하임미술관 웹사이트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청년수집가위원회(YCC) 주최로 열린 미국 현대미술가 제임스 로젠퀴스트 작품전에는 1000여 명의 회원과 초청객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구겐하임미술관 웹사이트
‘미술관은 이제 우리가 접수한다.’

40, 50대 중장년 부유층이 미술관의 주요 고객이던 시대는 지났다. 미술관이 이젠 미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사교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최근 2, 3년 사이 뉴욕에 밀집한 세계적인 미술관들은 20, 30대 초반의 젊은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아폴로 집단(AC)’, 구겐하임미술관의 ‘청년수집가위원회(YCC)’, 휘트니미술관의 ‘휘트니 컨템포러리스(WC)’, 뉴욕현대미술관의 ‘청년연합(JA)’은 35세 이하 전문직 종사자에게만 회원 자격이 열려 있다.

미술관들이 개설한 청년 프로그램은 미술품 경매, 비공개 전시회 및 설명회 개최, 작가 스튜디오 방문 등이 주요 활동.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젊은 미술가 작품이 주로 소개된다. 지난달 열린 휘트니 WC 경매에서는 한나절 만에 수백만 달러어치의 작품이 팔려나가 젊은 미술 애호가들의 막강한 구매력을 확인시켜 줬다.

자선 축제도 미술관 청년 프로그램의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달 초 세계적인 패션업체 이브생로랑 후원으로 열린 구겐하임 YCC 행사에는 뉴욕 명문가 자녀, 청년 기업인,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해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월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휘트니 컨템포러리스(WC) 주최로 열린 ‘아트’ 자선축제에 클로에 세비니(왼쪽)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휘트니미술관 웹사이트

현재 미술관 청년 프로그램에 가입한 젊은이는 3000∼5000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1000달러의 가입비와 함께 각종 행사 비용을 수시로 내야 하기 때문에 상류층 젊은이들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이 따라다니는 것도 사실. 과거 사교클럽 행사에 주로 참석했던 부유층 젊은이들은 사교도 하고 예술도 즐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술관으로 몰리고 있다.

9·11테러 이후 입장객 감소로 고전하던 미술관들에 청년 프로그램은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뉴욕 미술관들이 젊은 회원을 대상으로 경매 행사와 전시회를 개최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자 로스앤젤레스의 폴 게티 미술관, 시카고미술관 등 다른 대도시 미술관들도 올해부터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리자 데니슨 구겐하임미술관 YCC담당 국장은 “요즘 미술관들의 최대 관심사는 ‘젊음(Youth)’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면서 “청년 회원들은 점차 나이가 들면서 다른 후원자 프로그램으로 옮겨갈 수 있는 안정적인 고객이라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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