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버지니아 주 스털링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부인 로라 여사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부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 참석자가 느닷없이 "우리의 사랑하는 퍼스트레이디가 상원의원에 출마하는 것을 언제 보게 될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절대로 출마하지 않는다"며 넘어가려 했지만 질문자는 "로라에게 물어봐 달라"고 사정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로라는 대단한 여성이지만, 내가 결혼할 당시 그녀는 정치나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신한다"는 설명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로라 여사의 상원의원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우연히 나온 것만도 아닌 듯하다. 로라 여사의 최근 정치성 발언이나 행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로라 여사는 전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공화당이 하원을 농장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해 "웃기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감정을 표출했다.
앞서 그는 13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에 곧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면서 "라이스 박사(국무장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정치적 관심과 '소신'을 드러내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평소 조용한 내조로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로라 여사는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뒤에는 적극적인 태도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백악관은 19일 로라 여사를 2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장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정치인 부인으로는 힐러리 의원 외에 19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 돌 여사가 2003년부터 상원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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