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대통령 손녀…에스토니아 대통령궁서 친구불러 파티

  • 입력 2006년 1월 24일 03시 10분


철없는 10대 손녀들 때문에 발트해 연안의 소국인 에스토니아의 노(老)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르놀드 루텔(77) 대통령과 부인 인그리트 여사는 22일 손녀인 헬레나(15)와 마리야(13)가 대통령 궁으로 친구들을 불러 ‘광란의 파티’를 열고 대통령집무실까지 드나들었다는 언론 보도 내용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루텔 대통령 부부는 이 문제 때문에 21일 급거 귀국했다.

루텔 대통령은 손녀 친구들이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간 부분에 대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지시했으며 국가기밀서류가 없어졌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통령 부부는 손녀들을 불러 엄하게 꾸중을 했다고 밝혔다.

부모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대통령 궁에서 살고 있는 두 손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공식 일정 때문에 대통령 궁을 비운 사이 친구들을 불러 몇 차례나 파티를 요란하게 열었다는 것. 많을 때는 50여 명까지 모여 대통령 궁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는 대통령 부부의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서 목욕까지 했다. 파티에 다녀온 청소년들이 파티 장면을 찍은 사진을 자랑삼아 여기저기에 보여 주면서 이 사실이 언론에까지 알려졌다.

루텔 대통령은 대학총장 출신으로 에스토니아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해 국민적인 존경을 받아 왔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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