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찾는것도 시험의 일부” 美 ‘디지털 훔쳐보기’ 허용

  • 입력 2006년 1월 24일 03시 10분


《컴퓨터, 휴대전화, 개인휴대단말기(PDA), 아이팟 등 정보통신 기기들이 미국 학생들의 시험 시간에 등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기기를 시험 시간에 사용하는 것은 부정행위로 간주됐지만 최근 2∼3년간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을 도와준다는 장점 때문에 이를 허용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보도했다.》

신시내티의 고등학생들은 시험 시간 중 인터넷을 검색해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뉴포트비치의 중학생들은 시험 장소에 PDA를 가지고 들어가 서로 검색 결과를 교환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 초등학생들은 영어 단어 시험에서 정답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주고받을 수 있다.

많은 학교에서 시험 시간에 하이테크 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단순한 암기보다 방대한 양의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이를 논리적으로 합성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하이테크 기기 사용 허용이 1980년대 ‘오픈 북’ 시험이 등장한 것이나 1994년 SAT(미국대학입학수학능력적성검사) 시험에서 계산기 사용이 허용된 것보다 미국 교육체제에 더욱 깊고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SAT나 APT(전문교과과정 이수시험) 등 주요 진학시험에서는 정보통신 기기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일반 교과목 시험에서 정보통신 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학교는 해마다 4배씩 급증하고 있다.

시험 중 정보통신 기기 사용이 허용되면서 관련 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온라인 정보제공업체인 스파크노츠는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시험문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면 즉시 답안을 제공하는 ‘스파크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정보통신 기기 사용 허용이 부정행위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용하는 학교들은 인터넷 검색 자료에 대해 출처만 명확히 밝히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리 스텟슨 펜실베이니아대 입학처장은 “부정행위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며 “지식사회에서는 정보를 달달 외우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보다는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이를 잘 조합하는 학생이 더 환영받는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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