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 그는 연설 도중 원고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 그는 연설 5개월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그는 “연설 내용을 완전히 외우고 단상에 오른다”면서 “총대화시간 중 90%는 원고가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쳐다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철저한 준비에서는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도 뒤지지 않는다. 연설 전 평균 다섯 번씩 예행연습을 하는 그는 어느 시점에서 단상 밑으로 내려가 청중에게 접근하고, 언제 청중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는 것까지 철저히 계산하고 행동한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연설하든, 단 한 명과 얘기하든 대화의 기술을 갖춘 고수들은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30일자)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커뮤니케이터 13명을 선정해 대화의 기술을 심층 분석했다. 최고 커뮤니케이터는 주로 대중 연설 기회가 많은 경영인들에게 집중됐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간단명료한 화법으로 유명하다. 웰치 전 회장의 비법은 ‘상대방을 고등학생으로 생각하는 것’. 그는 연설자가 피해야 할 최대 함정으로 ‘전문용어 남발’을 꼽는다. 슐츠 회장은 “복잡한 통계를 읊어대는 것은 상대방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명연설가의 또 다른 특징은 상대방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 주는 것. 이 분야에서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구는 ‘세상을 바꾸자’는 것. 매년 개최되는 ‘맥 월드’에 수많은 열혈 추종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잡스의 연설이 단순히 제품 설명에 그치지 않고 정보 유토피아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대화술은 자신감에 찬 옷차림에서 출발한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경영자답지 않게 값비싼 양복을 입고 화려한 보디랭귀지를 구사한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명연설가가 되지 못한 것은 어눌한 화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옷차림에 자신감이 반영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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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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