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법원서 인정할 때까지 싸울 것”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저보다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재판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백영엽(白永燁·53·사법시험 19회) 변호사는 7년째 고엽제 소송을 이끌어 왔다. 그는 “방대한 기록을 꼼꼼히 검토해 준 재판부에 감사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1999년 1월 사무실로 찾아온 이수만(李秀萬·59) 베트남고엽제후유증전우회장을 만난 뒤 고엽제 소송을 맡았다.

영어 통역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이 회장은 1994년부터 미국을 오가며 미국에서 다우케미컬 등 7개 고엽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소송을 내기 위해 백 변호사를 찾았다.

이 회장은 기록과 함께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생활을 담은 화보집을 보여 줬다.

백 변호사는 “그 전에는 고엽제 후유증이라는 것이 뭔지 잘 몰랐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소송을 맡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을 함께 만난 백 변호사의 부인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돕지 않으면 누가 돕겠느냐”고 말했다.

소송은 쉽지 않았다. 1만7200여 명이나 되는 원고를 한 명씩 확인하고 관련 서류를 정리하는 일은 중노동에 가까웠다. 그동안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가 4.5t 트럭 3대 분량이 넘었다.

이 회장은 “백 변호사는 은인 같은 분”이라며 “그동안 무료 변론은 물론 개인적으로 소송비용 등으로 쓴 돈이 2억5000만 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명예회복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법원 선고에 이어 미국 연방법원이 우리의 피해를 인정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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