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팔레스타인 원조중단 검토=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6일 하마스의 승리 직후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목표가 이스라엘의 파괴라면 하마스는 평화의 파트너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에 관심있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하마스에 '이스라엘 파괴 노선'의 포기를 촉구했다. 그는 "새 정부구성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상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하마스가 정부를 주도할 경우 미국의 지원을 중단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 의회는 올해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원조자금을 중단토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하마스의 승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강경론 득세 확실=이스라엘에게는 상황이 명확해졌다.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이후 10여년간 이스라엘은 얼마의 땅을 양보하고 얼마의 땅을 보유할 지를 놓고 강온파로 분열돼왔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협상 상대는 없어졌다. 일방적으로 국경선을 긋는 일만 남았다. 분리장벽은 자살폭탄 공격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분리장벽을 쌓는데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의 집권은 3월 총선에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이 이끄는 중도파 '카디마(전진)'당보다는 우파인 리쿠드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당 당수는 "하마스가 승리한 것은 (카디마당을 만든 아리엘 샤론 정권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데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정국 불안=파타당 소속의 마무스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해 4년 임기로 선출됐다. 사임할 이유는 없다. 부시 대통령도 아바스 수반이 계속 자리에 남아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아바스 수반은 일단 "1년 전 팔레스타인인들이 선출해주면서 맡긴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 지도자 마무드 자하르는 무장투쟁 노선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이스라엘이 화답할 경우 지난 1년 동안의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휴전기간 동안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팔레스타인 내부의 분열 조짐이 엿보인다. 총선 결과가 발표된 뒤 수천명의 하마스 지지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했으며, 라말라 자치의회 청사에 하마스기를 올리려다 파타당 지지자들과 투석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 132석 가운데 하마스가 76석을 확보했으며 파타당은 43석을 얻는데 그쳤다고 27일 밝혔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