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즉각 IAEA의 불시 사찰 거부와 우라늄 농축 재개를 공언해 핵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승리=이날 IAEA 특별이사회(35개 이사국)에서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결의안은 찬성 27, 반대 3으로 통과됐다. 쿠바 시리아 베네수엘라가 반대했고 인도네시아와 리비아 등 5개국은 기권했다.
외신들은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 3개국이 지난 2년 반 동안 추진해온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은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 기간 중 줄곧 안보리가 이란에 강경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미국은 ‘드디어 해냈다’는 분위기다.
결의안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에게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안보리에 보고하도록 했다. 우라늄 농축 동결과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형 원자로 건설 중단 등이 거론됐다.
이번 결의안은 2일 시작된 IAEA 특별이사회에서 3일 만에 통과됐다.
▽이란, 격렬 반발=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IAEA에 대한 자발적 협력 중단과 전면적인 우라늄 농축 개시를 산하 원자력위원회에 서한 형식으로 지시했다.
원자력위원회는 이 지시를 5일부터 이행하기 시작했으며 모든 자발적 협조 활동을 중단한다는 공식 서한을 IAEA에 보내기로 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IAEA가 일부 국가의 압력에 의해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과거 이란의 폭넓은 협력을 무시하고 합법적 권한을 부정했다”고 강력 비난했다고 관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란은 안보리 회부가 결정되면 러시아에서 우라늄을 농축하는 중재 방안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이란의 추가대응도 예상된다.
▽회부는 아직 상징적=안보리 회부로 이란에 즉각 경제제재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통과에 찬성하면서 3월 6일까지 유예기간을 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3월 6일에는 IAEA 정기 이사회가 열려 이란 핵문제에 관한 최종 보고서가 제출된다.
이란이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안보리는 곧장 제재에 나서기 전에 최후통첩과 같은 절차를 먼저 밟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긴 것만도 아니다. 이번 결의안에는 ‘중동의 비핵지대화’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표현이다. 미국은 반대했지만 이집트가 끈질기게 요구했고 유럽도 가세해 결국 포함됐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매케인 의원, 이란에 무력사용 가능성 시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4일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기도록 한 IAEA의 결의는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라고 말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위협과 은폐, 국제협약 파기를 비롯한 이란 새 지도자들의 선택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용인을 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42회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공화)은 이날 “이란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돼 정말 기쁘다”며 “모든 대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무력 사용보다 더 나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핵무장한 이란”이라고 덧붙였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