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순간=17일 오전 9시경 기온사우곤 마을 인근 산이 맹렬한 속도로 마을을 덮쳤다. 흘러내린 진흙더미는 순식간에 마을과 주변의 논 등 1km²를 뒤덮었으며 마을은 뿌리 뽑힌 코코넛 나무와 찌그러진 양철 지붕, 벽돌 등이 뒤범벅된 폐허로 변했다.
생존자들은 갑자기 땅이 흔들리면서 산의 한 면이 마을로 쏟아져 내렸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특히 가옥이 밀집된 마을 중심부를 진흙더미가 강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생존자 한 사람은 “제자리에 서 있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500여 채의 가옥이 있었으며 남자들은 일을 나가고 아녀자들은 집 안에 있었다. 당시 마을에서는 모임이 있어 100여 명의 외부 손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초등학교에는 어린이 240여 명과 교사 7명이 수업 중이었다. 또 인근 마을 2곳도 피해를 보았으며 주민 3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날 사고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이상 상승하는 라니냐 현상에 따라 2주간 510mm의 비가 지속적으로 내려 지반이 약해진 탓이라고 현지인들은 분석했다. 일부 주민은 불법 벌채가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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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노력=필리핀 군경은 C-130 수송기와 헬리콥터 2대, 해군 함정 2척을 각각 현지로 급파했다. 사고 직후에는 군경 요원과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이 맨손으로 진흙을 파내며 생존자 구출에 나섰다. 연합 훈련 중이던 미국 해군에도 헬리콥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진흙이 최고 10m 높이까지 쌓여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장비도 모자란 상태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부상자들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주민 상당수가 파묻힌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이 두절되고 도로도 끊긴 상태여서 구조대의 접근도 쉽지 않은 상태다. 또 날이 어두워지면서 구조대원들은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어두워지기 전까지 53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로제트 레리아스 주지사는 “마을이 사라져 버렸다”며 생존자 구조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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