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사망한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는 지금도 중국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톈안먼(天安門)광장에도 ‘인민의 벗’이라고 새겨져 있다. “인민의 총리로, 인민의 사랑을 받고, 인민을 사랑했다. 동고동락(同苦同樂)으로 인민과 총리의 마음이 이어졌다”는 뜻의 추도비가 서 있다. 민심을 사로잡은 비결의 하나는 검약이었다. 외교관이기도 했던 그는 해외 순방 길에도 낡은 옷만 입었다. 더러 현지 중국대사관은 그의 옷을 수선하느라 소동을 빚기도 했다.
▷말이 옷이지 옷이 아니었다. 소매와 목깃이 닳고 깁기를 거듭해 그 부분만 갈아붙인 것이었다. 저우언라이 기념관에 전시된 생전의 옷도 세탁과 수선을 되풀이한 탓에 번질번질하고 원래의 색깔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그가 25년 동안 살던 관저도 낡고 비가 새 늘 수리해야 했다. 그런데 한번은 그가 관저를 비운 사이 너무 호사롭게 수리해 버린 것을 알고는 크게 화를 냈다. “창의 커튼까지, 옛날 그대로 고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복원시켰다.
▷잠바 차림의 사진 한 장이 원자바오를 ‘인민의 벗’ 저우언라이 수준으로 띄우고 있다. 고통을 분담하는 지도자로 각인된 것이다. ‘진실로 제 몸을 바르게 하여 정사(政事)를 베풀면 무엇이 어려우랴’던 공자(孔子)의 말이 떠오른다. 중국의 이웃, 북한의 위정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는 없을까. 굶어 죽는 아이들과 동포를 외면하고, 뇌물에다 호의호식(好衣好食)을 즐기는 뻔뻔한 ‘혁명일군’들. 그들이 동고동락 솔선수범을 외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날이 오긴 올까.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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