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마에하라 '신빙성 없는 폭로'에 민주당 휘청

  • 입력 2006년 2월 28일 18시 00분


'미니 고이즈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대표의 별명이다. 개헌에 대한 소신과 강경한 외교노선은 물론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까지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쏙 빼닮았다.

그가 대표가 된 지 5개월여 만에 일본의 제1야당인 민주당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

근거 없는 폭로극을 벌인 소속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사죄 기자회견을 하고 간사장과 국회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지휘감독책임을 인정해 사임의사를 밝히기에 이른 것.

TV아사히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달 전만해도 자민당의 절반 정도이던 당 지지율은 이제 자민당의 3분의 1인 17%로 추락했다.

한 통의 e메일이 화근이었다.

주가조작사건으로 구속된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전 라이브도어 사장이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의 차남에게 3000만 엔을 송금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전직 기자를 통해 메일 사본을 손에 넣은 나가타 히사야스(永田壽康) 의원은 일부 지도부와 상의한 뒤 지난달 16일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이를 폭로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며 고이즈미 총리와 자민당을 기세 좋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폭로 직후부터 메일이 가짜라는 증거가 하나둘씩 나오더니 민주당의 자체조사에서도 신빙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 안팎에서는 마에하라 대표의 리더십과 위기관리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일이 가짜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상황에서도 마에하라 대표가 "확증이 있다"며 사태를 키웠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마에하라 대표의 리더십을 폭주 기관차에 빗대거나 이번 사건을 '마에하라식 자폭 테러'라고 희화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인 자민당의 간부들은 마에하라 대표를 지원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당 장악력을 잃은 그가 대표로 있는 것이 앞으로 자민당이 정국을 이끌어나가는 데 유리하다는 속셈에서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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