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을 지배해 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드비어스와 러시아 알로사 사이의 ‘독점적 제휴’ 관계가 끝나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당국은 지난달 27일 영국에 본사를 둔 드비어스가 알로사의 생산 물량을 독점적으로 구매해 온 것을 ‘불공정 거래’로 판정해 2009년까지 두 회사 간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켰다.
드비어스는 19세기 말부터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국인 아프리카 보츠와나와 남아공 등의 광산을 독차지하고 전 세계 유통망까지 장악했다. 한때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의 90%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세계 2위 생산국인 러시아의 국영 독점기업인 알로사는 1960년대부터 일부 국내 수요를 제외한 전량을 드비어스에 공급하면서 이런 독점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드비어스에 도전하는 대신 손잡고 함께 독점을 즐기는 쪽을 택한 것이다.
드비어스와 알로사는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드비어스는 막대한 원석을 창고에 쌓아 놓고 공급을 통제해 다이아몬드 가격을 폭등시키는 방법까지 썼다. 드비어스의 최대 주주인 오펜하이머 일가는 아프리카의 갑부가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드비어스와 알로사는 서로 경쟁하게 됐다. 알로사는 올해부터 드비어스에 대한 공급을 점차 줄이고 직접 세계 시장에 다이아몬드 원석을 팔 계획이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드비어스와 알로사의 독점적 제휴 관계가 무너지면서 앞으로 다이아몬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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