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커닝햄 前의원 “가격 매겨 챙겼다”… 美의회사상 최악

  • 입력 2006년 3월 1일 03시 08분


적으면 14만 달러(약 1억4000만 원), ‘큰 건’으로는 80만 달러(약 8억 원)짜리 선물. 정부의 조달계약을 따내려는 납품업자들로부터 한 의원이 받아낸 액수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 하원의원인 것이 다행이다.

나름대로의 ‘체계’도 있었다. 계약 규모가 100만 달러 늘 때마다 뇌물 액수는 그 5%인 5만 달러씩 늘어났다.

계약 규모가 2000만 달러를 넘을 경우까지 ‘5% 원칙’을 적용하면 받는 돈이 너무 많아진다고 생각했는지 절반으로 줄였다. 계약 규모 2000만 달러 이상은 100만 달러당 2만5000달러씩.

지난해 수뢰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랜디 듀크 커닝햄(공화당·캘리포니아 주·사진) 전 미 하원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나고 있는 밑도 끝도 없는 ‘검은 거래’ 내용들이다.

미 ABC방송 인터넷판은 27일 검찰 수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수뢰 사건이 미 의회사상 최악이며 갈수록 사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커닝햄 전 의원은 국방부의 16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키고 난 뒤 호화 요트를 선물받기도 했다. 그의 공식에 맞춘다면 8억 원짜리 요트가 된다.

요트광인 그는 자신의 중간 이름을 따 ‘듀케스터’라고 이름 지은 요트를 의사당 근처에 정박시키고 선상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3일 열릴 그의 수뢰 사건 심리 법정에서는 호화 자동차, 요트, 집, 골동품 가구, 페르시아 카펫 등 그가 받아온 다양하기 그지없는 뇌물 목록이 사진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커닝햄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하며 그제야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ABC는 소개했다. “나는 법을 어겼고 의원으로서의 직위에 불명예를 안겼습니다. 자유와 명예와 지위, 주변의 신뢰를 잃은 것도 마땅한 일입니다.”

검찰은 커닝햄 전 의원에게 법정 최고형인 10년형을 구형키로 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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