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말라바시 씨 “한국서 제2의 인생 포석中”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1일 명지대 용인캠퍼스 바둑학과 사무실에서 외국인 바둑유학생들과 수담(手談)을 나누고 있는 크리스토프 말라바시 씨(오른쪽). 서정보 기자
1일 명지대 용인캠퍼스 바둑학과 사무실에서 외국인 바둑유학생들과 수담(手談)을 나누고 있는 크리스토프 말라바시 씨(오른쪽). 서정보 기자
그에겐 ‘바둑에 미쳤다’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

프랑스 파리지앵인 크리스토프 말라바시(34) 씨. 오직 바둑이 좋아서 혼자 한국에 와 올해 명지대 바둑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1일 경기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바둑학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전날 밤 늦게 도착해 기숙사로 이삿짐을 옮기느라 피곤했을 텐데도 기자가 한 수를 청하자 반갑게 응했다.

“짐 정리하느라 일주일간 바둑을 제대로 두지 못해 심심했어요. 기자는 몇 단인가요?”

기자는 아마 5단. 언론에 보도된 그의 기력은 아마 2단이었지만 한국 바둑의 기력이 짠 편인 점을 감안해 넉 점을 놓으라고 했다.

▽포석=초반엔 기본기가 탄탄해 보였다. 상수(上手)의 공격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맞받아쳐 오는 모양이 자신의 바둑에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가 바둑을 알게 된 것은 1992년. 18급도 안 되는 친구 하나가 파리의 한 카페에서 그에게 바둑을 가르쳐 줬다고 한다.

“그땐 돌 따먹기에 불과했어요. 나중에 끝맺음, 즉 계가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지요.”

2001년 그의 바둑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유럽 아마추어바둑대회에 참석한 한국 프로기사 윤영선 4단에게 9점 지도대국을 받게 된 것.

이후 유럽바둑대회에 참석하면서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을 알게 됐다. 급기야 지난해 5월 두 달 휴가를 내서 명지대에 머물렀다. 그때 한국 바둑 해외 보급의 대부인 한상대 씨가 유학을 권했다.

▽중반 전투=그는 대국 초반에 기세를 올리는가 싶었지만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반전이 피크를 이룰 무렵 넉 점의 효과는 두 점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리로 돌아간 그는 다니던 컴퓨터 서비스 회사(아토스 오리진)를 그만두고 서울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일본 프로기사와도 바둑을 둬봤는데…. 일본 바둑은 깔끔하고 정제됐지만 활력이 부족해요. 그에 비해 한국 바둑은 활달하고 전투적인 면이 마음에 들어요.”

▽끝내기=종반 무렵 이미 백의 역전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는 열심히 계가를 해보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래도 돌을 던지지 않았다. 바둑을 마치고 집을 헤아려 보니 백 47집 대 흑 34집. 기자의 13집 승이었다. 그는 “초반엔 좋았는데…”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년간 공부하면 어느 정도 실력이 될 것 같으냐고 묻자 목표는 아마 4단이라고 한다. 그럼 2년 뒤에 뭘 할 거냐고 다시 물었다.

“가능성은 열려 있어요. 한국에 남을지, 프랑스로 돌아갈지는 그때 가서 결정할 겁니다. 지금은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바둑 생각만 하고 있어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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