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의 방만한 경영을 질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채널 수 감축과 자회사 통폐합, 일부 조직의 민영화 방침을 밝히며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일본 총리는 1일 “NHK의 방송국 수가 너무 많다”며 주무장관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총무상에게 채널 축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해외방송을 중시하려면 지금까지 해 온 부분을 축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해외방송 강화 지시에 대해 “일본을 세계 각국에 널리 알리려면 외국어 방송을 늘려야 하지만 이 말이 NHK의 확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재원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하는 게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NHK 회장이 최근 ‘해외방송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논리를 내세워 광고를 유치할 뜻을 밝히자 이런 움직임에 쐐기를 박은 것.
민영 방송들도 “광고를 도입하려면 시청료를 받지 말라”(TV도쿄 사장) “구조조정은 하지도 않고 편하게 광고 수입으로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속셈”(TV아사히 사장)이라며 NHK 경영진을 비판했다.
NHK는 현재 TV 5개 채널(지상파 2개, 위성 3개)과 라디오 3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용으로는 하루 24시간 무료로 볼 수 있는 ‘NHK 월드TV’ 등이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경제재정자문회의는 NHK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34개에 이르는 자회사의 통폐합과 일부 중복 채널의 폐쇄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상태. 다케나카 총무상도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부문은 남기고 그 외 부문을 어떻게 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일부 조직의 민영화에 대해서도 “금기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NHK 측은 지난해 관리직 급여 5∼15% 삭감과 향후 3년간 직원 1200명 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는데도 그런 실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볼멘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NHK가 직원 비리로 시청료 납부 거부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노력보다는 눈앞의 이익만을 노려 ‘꼼수’를 쓴 것이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시청료 계약을 거부하는 가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공영방송임에도 유료채널 확대 방침을 밝히자 중립적인 시청자들까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시청료 납부제도의 변화를 포함한 NHK 개혁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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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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