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은 1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부부에 대해 이같이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블레어 총리의 부인 셰리 여사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에 대한 미군의 고문 사실을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찬사를 받은 반면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쟁에서 사망한 군인 유족들의 면담 요청을 피했다는 이유로 조롱을 받았다.
▽용감한 셰리=셰리 여사는 이날 영국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채덤하우스 연설에서 “고문은 또 하나의 테러”라고 꼬집었다. 그녀는 “전쟁 상황이건, 국가위기 상황이건 고문을 금지한 국제협약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면서 “국제협약에 따르면 고문을 허용한 사람은 보병이든, 지휘관이든 심지어 국가원수까지도 기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언론은 셰리 여사의 발언에 대해 “‘관타나모 기지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는 정도로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온 블레어 총리보다 훨씬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겁쟁이 토니=“친애하는 블레어 총리, 당신은 왜 우리를 만나기 두려워하십니까?”
1일 일간 인디펜던트에는 이 같은 제목의 공개편지가 실렸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영국군의 유족 32명이 총리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이들은 “이라크전쟁에서 영국군을 철군시켜야 한다”며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면담이 계속 거절되자 공개편지 방식으로 총리를 질책한 것.
유족들은 편지에서 “이제 우리 모두는 전쟁이 일련의 거짓말, 당신의 거짓말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유족들은 “영국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면 용기를 내 희생자 가족을 만나서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 언론들은 유족들의 발언을 빌려 ‘블레어는 겁쟁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