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카트리나 대책회의’ 비디오 또 파문

  • 입력 2006년 3월 4일 03시 05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미국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붕괴된 지 사흘 뒤인 지난해 9월 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TV에 나와 “누구도 제방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천재지변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이 말은 거짓이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 주에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내기 바로 전날인 지난해 8월 28일 제방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휴가차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에 있던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과 플로리다 및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연방과 주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6개월 만인 1일 공개된 화상회의 녹화테이프와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국립허리케인센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둑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방 붕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 회의에서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은 수천 명이 대피해 있던 뉴올리언스 시내 긴급 대피소인 슈퍼 돔의 안전문제와 대재앙을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기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제방이 무너진 뒤인 8월 29일 낮 12시에 열린 화상회의에서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아직 무너진 것 같지 않다”고 말해 주 정부의 무능을 드러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FEMA와 루이지애나 주 정부 관계자들은 서로 “훌륭했다”고 격려하며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메리 랜드루 민주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은 “(화상회의 녹화테이프는) 연방정부가 재난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음을 분명히 보여 줬다”면서 “카트리나와 리타의 상륙을 전후해 연방정부의 리더십이 고장 났음을 보여 주는 근거”라고 비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에 돌아올 부시 대통령은 재난 대처에 무능했다는 비판과 함께 거짓말을 했다는 공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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