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못생겼다” “우리 어머니 화내” 리자오싱 ‘우문현답’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미국과 일본이 대만 문제를 이용해 대륙 본토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정부 수뇌부가 다시 신사 참배를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7일 중국 신화통신의 인터넷 사이트 신화왕(新華網)에 오른 누리꾼들의 질문은 솔직하고도 도전적이다.

신화왕이 이날 오후 4시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된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외교부장에게 묻고 싶은 것은?’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6일 오전부터 모은 질문이다.

회견 직전까지 376명의 누리꾼이 700여 개의 질문을 게시판에 띄웠으며 23만여 명이 다녀가면서 수천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미국은 현재 세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이 굴복하면 ‘미국의 막내 동생(샤오디디·小弟弟)’이 되는 건데 이는 대국의 풍채와 맞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공격이 최선의 방어 수단이라는데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뭔가?”

질문들은 한결같이 민감한 사안인 데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답변이 쉽지 않을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신화왕은 전체 질문을 17개로 정리하면서 민감한 질문은 빼거나 부드럽게 윤색했다.

예를 들면 “주변 국가와 어떻게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겠는가?”라든가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 신사 참배를 계속하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식이다.

한 누리꾼은 리 부장의 다소 ‘못생긴’ 얼굴을 빗대 “당신을 보면 ‘잘생겼다’고 아첨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사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리 부장의 답변은 이미 2003년 12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우리 어머니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임무는 나를 잘 가꾸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나의 조국을 아름답다고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이다.

신화왕은 이날 기자들이 누리꾼을 대신해 질문해 줄지, 리 부장이 직접 인터넷상에서 답변할지 알 수 없다고 주석을 달았다. 그러나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기자회견에서는 일본 지도부의 신사 참배에 대해 “더는 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이 있었을 뿐 다른 문제는 질문도 답변도 나오지 않았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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