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회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디지털저작권 법안을 제출하자 영화나 음악 파일의 P2P(개인 간 파일 공유)를 합법화하는 쪽으로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서구의 몇 안 되는 P2P 합법화 국가에 프랑스가 동참하게 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큰 기대를 모았다.
당시 프랑스 의회는 개인 사용자에게 매달 8∼12유로(약 9000∼1만3000원)의 수수료를 인터넷 요금에 추가 부과하는 조건으로 P2P를 무제한 허용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이런 방식으로 P2P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의 수정 법안에 당황한 프랑스 정부는 약 2개월간의 냉각기를 가진 뒤 6일 당초 제출한 법안을 철회하는 대신에 2001년 유럽연합(EU) 지침에 따라 원칙적으로 P2P를 불허하는 내용의 새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15일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의회의 구상은 개인 사용자가 내는 수수료를 예술가들에게 로열티로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니 홀리데이 등 유명 음악가들과 대형 음반회사는 즉각 항의했다. 개인에게 부과하는 8∼12유로의 수수료만으로는 예술가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르노 도드니외 드 바브르 문화장관은 “일률적 수수료 부과는 누리꾼에게도, 예술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예술가에게 어떻게 공정한 배분을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고, 내려받지 않는 누리꾼도 수수료를 내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국가는 대부분 P2P 내려받기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미국은 냅스터 판결 등을 통해 가장 엄격하게 내려받기를 규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판결에 영향을 받아 P2P 서비스를 제공하던 소리바다와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인 벅스가 파일을 내려받을 때마다 돈을 내는 페이 퍼 파일(pay-per-file) 서비스로 돌아섰거나, 돌아설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의 새 법안은 처음으로 불법으로 내려받은 개인에게 38유로(약 4만4000원)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벌금이 소액이라 단속은 영리 목적인 경우에 집중될 전망이다. 의회가 이 같은 정부 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소비자단체는 “인터넷은 복제와 전송이 주 목적인데 정부 법안은 그 정신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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