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이날 미 국방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얻어낸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수감자들의 진술서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수감자 중 적어도 8명이 손목에 카시오 전자시계를 차고 있다는 이유로 테러 용의자로 몰렸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카시오 전자시계를 언제든 폭탄 시한장치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 물건’으로 보고 있다.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기획자 람지가 1996년에 자행한 필리핀 여객기 테러와 2001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폭탄테러 음모 등 여러 건의 테러에 카시오 전자시계가 사용됐다는 것.
하지만 수감자들은 카시오 전자시계는 전 세계 수억 명이 차고 다니는 평범한 시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알 카에다 연계 혐의를 받고 있는 요르단인 우사마 카르비는 “값싸고 정확하고 튼튼한 데다 방수와 계산기 기능까지 있어 카시오 전자시계를 산 것”이라면서 “관타나모 기지의 경비병들도 카시오 전자시계를 차고 다닌다”고 꼬집었다.
미 연방수사국(FBI) 출신으로 WTC 폭파 사건을 조사한 적이 있는 폭발물 전문가 데이비드 윌리엄스 씨는 “카시오 손목시계가 테러에 이용된 것은 사실이나 전자레인지 등 다른 많은 전자제품도 폭발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특정 회사 손목시계를 테러 행위의 증거로 제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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