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우주(미사일) 기술 역시 핵(원자력) 기술과 마찬가지로 민수용과 군사용의 구분이 모호하고, 이런 모호성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국가들에 의해 악용돼 왔다.
인도는 수십 년 동안 자체 핵 프로그램을 “평화적 목적일 뿐”이라고 주장하다 1998년 핵무기 실험을 감행했다. 이런 전력(前歷) 때문에 인도의 우주기술 개발 역시 장거리 미사일 개발용으로 쓰일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달 초 최종 합의된 미국과 인도의 핵 협력 협정을 놓고 국제사회에선 핵무기 보유국이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바깥에 머물고 있는 ‘탈법 국가’ 인도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논란이 거세다.
비록 이 논란에 가려 있으나 양국은 이미 지난해 8월 우주기술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우주탐사와 위성발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주기술 협력은 핵 협력 못지않은 ‘위험한 거래’라고 미국 군축협회(ASA)가 발행하는 ‘암스 컨트롤 투데이’ 3월호가 경고했다. 인도에 대한 우주기술 지원은 곧 인도가 비밀리에 추진해 온 ICBM 개발에 ‘활주로’를 제공해 줄 우려가 있다는 것.
인도는 1960년대 이래 각각 700km, 2000km, 3000km의 사거리를 가진 ‘아그니(불의 신) 1, 2, 3호’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여기에 인도는 5000∼2만 km에 달하는 ‘수리야(태양신) 미사일’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츠시 싱 라와트 국방장관은 1999년 “사거리 5000km에 달하는 수리야 미사일 발사실험을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2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미국 정보기관도 이미 2000년대 초 “인도는 1, 2년 내에 ICBM을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인도는 그동안 이란 리비아 이라크 등 WMD 개발 의혹을 받아 온 국가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온 ‘미사일 확산의 주범’이기도 하다.
미국의 기술 지원은 인도 ICBM 프로그램의 정확도와 무게 줄이기, 다탄두 장착 등 기술적 장애물을 제거해 줄 것이며, 더욱이 인도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은 오히려 일부 물품의 수출을 정당화해 주는 보호막이 될 수도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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