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전문가 3인이 말하는 '프랑스 사태'

  • 입력 2006년 3월 28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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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고용계약법(CPE), 불안, 공포, 쇠퇴 그리고 저항.'

지금 프랑스를 짓누르는 요소들이다.

28일 전국적인 파업이 프랑스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말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시위대의 손에 불태워졌다. 경제력과 문화를 자랑해온 프랑스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에 대해 전문가 3명의 각기 다른 진단과 처방을 소개한다.

▽존 티어니(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프랑스 젊은이들의 76%는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 체신, 철도, 교육 공무원 생활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미래는 이런 젊은이들의 어깨에 달린 셈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얻은 첫 직장이 평생 일자리가 되기를 바라다니.

이들에게 CPE는 프랑스만이 지닌 너그러운 사회보장체제의 기둥을 갉아먹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세계화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라. 절반은 이렇게 대답하리라. "불안이요." 프랑스는 불안이 가득한 사회가 돼버렸다.

프랑스 사람들은 카망베르와 같은 고품격 치즈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세계화 시대의 고전이 주는 지혜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면 더 신선한 치즈를 발견한다'는 지혜 말이다.

프랑스 젊은이들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같은 책을 읽었으면 한다. 읽고 나면 거리로 나가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느라 평생을 바쳐야 하나'라는 의구심도 생길 것이다.

▽윌리엄 파프(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외부, 특히 미국에서는 이번 사태를 프랑스 지도층이 세계화된 경제의 수요에 부응하는데 실패한 탓이라고 보곤 한다. 지금 세상에서 설 자리가 없는 프랑스식 사회체제를 유지하려다 결국 좌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유럽이라는 광산의 '카나리아'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광부들은 갱도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새장에 담아 데려갔다. 카나리아가 유독가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위험을 알려주는 경보기로 삼은 것이다.

프랑스는 2년 전 유럽연합(EU) 헌법안을 부결시켰다. 당시에도 국제사회는 프랑스가 EU에 필수적인 개방과 시장 자유화를 거부했다고 해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개방과 자유화가 필수적이었을까? 지금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지금 프랑스를 휩쓰는 소요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주주와 경영자만 이익을 보는 시장경제에 대한 연쇄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사태는 새로우면서도 인간적인 경제체제를 예시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자크 아탈리(프랑스 경제학자)=우리는 사태를 가려서 봐야 한다. 프랑스가 과거에 머물려고 하면서 자살을 감행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대도시 주변에서 일어났던 소요사태는 실업률이 40%가 넘는 젊은이들의 정당한 항의였다. 이번 사태 역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는커녕 고용주의 해고권한만 늘리는 법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다. CPE는 폭압 수단이다.

프랑스는 쇠퇴하는 나라가 아니다. 여전히 아주 강력한 국가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관광,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이고 농업은 세계 2위다. 과거 20년 간 기대수명이 매년 3개월씩 늘어났고 출산율은 여성 1명당 1.9명으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 경제의 축이 태평양으로 넘어가고 프랑스를 포함한 EU의 생산성이 미국의 73%(2005년 기준)라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 유럽은 높은 경제성장세를 보이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중국과 가깝다.

프랑스의 높은 삶의 질은 장차 고급 두뇌와 최첨단 기술을 끌어들일 것이다. 프랑스는 차세대 실리콘 밸리가 될 수 있다.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주역이 될 것이다. 지금의 사태는 훗날 사소한 문제로 기억될 것이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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