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22>스페인 아드벤티아 항공

아드벤티아 항공학교는 항공 기술에 앞서 항공에 대한 ‘철학’과 ‘이해’도 강조한다. 분해된 비행기 부품들을 살펴보며 이론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사진 제공 아드벤티아 유럽 항공 종합 학교

“최고 조종사” 꿈의 날개를 펼쳐라

아드벤티아 유럽 항공 종합 학교(Adventia European College of Aeronautics). 첨단 비행기와 장비를 갖춘 이 학교는 유서 깊은 스페인의 대학도시 살라망카에서 택시로 불과 20여분이면 닿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세계 항공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인력 양성을 위해 차별화 작업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이 항공학교를 찾았다.

○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

아드벤티아는 항공기 조종사를 집중 양성하는 곳이다. 이 밖에도 교관 과정 및 항공 승무원 양성 과정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세계 항공업계 경기가 얼어붙은 현실에서 아드벤티아도 자유롭지 못한 듯했다. 이날 안내를 맡은 주디스 힌튼 선임 교관은 “지난해 졸업생의 경우 50% 정도만 취업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는 아드벤티아가 최근 인근 살라망카대와 연계해 차별화 전략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올가을부터 시작되는 살라망카대와의 교류 프로그램. 유럽 내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꼽히는 살라망카대의 기초과학 분야 교수들이 ‘여객용 항공기 조종사 면허(ATPL)’ 과정 학생들에게 교양 과목을 강의하기로 한 것. ‘대학 ATPL 통합 과정(University Integrated ATPL Course)’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따라서 기존의 ATPL 과정보다 2년이 더 긴 4년 코스다.

힌튼 교관은 그 이유와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 등 다른 지역 항공학교들은 실기 위주의 교육에만 치중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종사라면 비행기가 어떤 이론에 의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부터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항공사들도 인재를 뽑을 때 이 같은 소양을 보기 시작했고요.”

조종사 자격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아드벤티아는 민간 항공기의 조종사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ATPL 코스 외에도 경비행기 조종에 필요한 ‘개인용 항공기 조종사 면허(PPL)’, 조종사 교관 과정 등 다양한 과정을 제공한다. ATPL 과정을 이수하고 스페인 민간항공국(DGAC)의 이론 시험을 통과하면 여객용 항공기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이 면허는 유럽연합 36개국에서 인정된다.

아드벤티아의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수준급의 기자재와 체계적인 실습 교육. 독일에서 왔다는 2학년생 다비 그로닝(20) 씨는 “최고의 항공사가 되려는 꿈을 안고 여러 학교를 다니며 사전조사를 했는데 내가 아는 한 이곳이 최상급의 첨단 기자재를 갖췄다”고 귀띔했다.

교관들과의 개인면담 식 교육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항공 실습 전과 후 교관으로부터 그날 임무에 대한 철저한 브리핑을 받는다. 비행 후 개선점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하는 것도 필수.

이날 오후 항공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2학년생 카미에 바딜로(21) 씨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오늘은 실속(stall·비행기의 날개 표면을 흐르는 기류가 날개 윗면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양력이 줄고 항력이 증가해 비행이 어렵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원상복귀를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직접 실습을 했다”면서 “이제 교관과 마주 앉아 향후 비행에서 어떤 점을 보완할지 논의할 차례”라고 말했다.

다시 힌튼 교관의 안내로 학교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문구가 눈에 띄었다.

‘Tell me and I will forget(말만 해준다면 망각할 것이고), Show me and I will remember(보여 준다면 기억할 수 있고), Involve me and I will learn(직접 참여시킨다면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저 문구는 도제식 교육 대신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아드벤티아의 교육방침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입학 기준 및 과정, 유의사항

영어 논술과 회화 및 인성검사, 신체검사 등으로 이뤄진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학기 시작(9월) 2, 3개월 전 수도 마드리드에서 4일간에 걸쳐 치러진다. 대상은 고등학교 졸업자로 만 18세 이상이면 나이 제한은 없다. 경쟁률은 약 2 대 1.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뤄진다. 어떤 종류의 항공 비행 자격증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기간과 과정이 다르다.

단, 국내 항공사 취업을 목표로 하는 지망생들은 외국에서 공인된 면허증을 받더라도 그것이 곧 국내 취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항공대의 송병흠 교수는 “유럽 항공학교에서 받은 자격증은 유럽 쪽 자격증일 뿐 국내에서는 엄격한 기준에 따른 절차를 다시 밟아야만 한다”면서 “철저한 사전조사와 계획을 갖고 항공 유학을 떠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칼레로 학장

아드벤티아 학생들의 ‘학교 사랑’은 대단했다. 자신들의 학교가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에서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비결은 뭘까. 학장 데이비드 칼레로(사진) 씨에게 물었다.

“정면 승부로 양질의 인재를 배출해내는 것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제공해야 한다. 항공 실습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조만간 3∼5대의 제트기(대당 최저 300만 유로·약 35억 원)를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곧 학교 발전으로 이어진다.”

―학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아드벤티아 항공학교는 1937년 개교 당시에는 스페인 정부 산하 항공교육기관이었다. 1988년 사립학교로 전환했고 유럽의 민간 항공사인 아베리아, 에어 유럽, 스페인 항공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졸업생 100%가 이들 회사에 취직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 졸업생들에 대한 이들 항공사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

―유럽연합(EU) 국민이 아니어도 입학이 가능한가. 학비는 어느 정도인가.

“아직 한국이나 아시아권 학생들은 없다. 그러나 EU 국민이 아니라도 입학은 가능하다. 남미 콜롬비아에서 온 학생도 있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비자 등의 문제는 입학하면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학비는 2년 코스의 경우 총 6만6000유로(약 7700만 원), 4년 코스의 경우 총 8만2000유로(약 9600만 원) 정도다.”

―훌륭한 항공기 조종사의 자격 요건은 무엇인가.

“어떤 비행기를 모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민간 및 군용 항공기 조종사로 수십 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데, 민간 항공기의 경우는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군용기의 경우는 임무 완성을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 이전에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된 훈련을 견뎌내려면 일에 대한 열정이 최우선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살라망카=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