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안심하소서”…이스라엘 총선 중도파 카디마당 승리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이스라엘 건국 58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도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1973년 우파정당인 리쿠드당이 창당한 이후 좌파정당인 노동당과 함께 이스라엘 정계를 양분해 온 ‘양당 구도’도 이번에 처음으로 무너졌다. 해외에서 온 이주 유대인들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베이티누당과 샤스당의 부상도 눈에 띈다.

▽리쿠드당 몰락=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아리엘 샤론 총리가 창당한 중도노선의 카디마당이 총 120석 가운데 28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29일 보도했다.

그 뒤를 이어 노동당이 20석, 해외 이주 유대인이 주축인 샤스당이 13석, 러시아계 유대인이 지지기반인 베이티누당이 12석을 차지했다.

2003년 1월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다수당으로 연립정부를 이끌다 샤론 총리의 이탈로 분당 사태를 겪은 리쿠드당은 1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36석은 △극우 정당연합인 국민연합-민족종교당(NU-NRP) 9석 △연금생활자들의 당(GIL) 7석 △토라유대주의당(UTJ) 6석 △메레츠당 4석 △아랍계 3개 정당 10석으로 갈렸다.

특히 강경 우파정당인 베이티누당의 돌풍은 리쿠드당의 몰락과 함께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변으로 불린다. 이 당은 유대인 정착촌 철수에 반대하는 한편 아랍계 이민자를 고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도정당 중심 연정=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대행은 29일 승리를 선언한 뒤 “카디마당이 추진하는 서안 정착촌 철수정책을 수용하는 정당들하고만 손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샤론 총리의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지구 철수정책을 지지해 온 노동당, 토라유대주의당, 메레츠당 등이 연정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메르트 대행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국경 확정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공식 출범한 하마스 주도 자치정부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분리정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세력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이끌게 돼 당분간 양측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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