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을 대표하는 지도자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모두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국제무대의 정책 결정력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분석했다.
이들이 리더십 위기에 처하게 된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권력 피로증과 낙관주의 후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5년 이상씩 각국의 정상 자리를 맡아오면서 심적 부담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199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낙관적 시대 분위기가 퇴조하면서 지도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
특히 지역통합의 기대가 허물어지고 국수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유럽에서는 지도력 위기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 부시 미국 대통령 “이라크는 늪이야!”
두바이 업체의 미국 항만 운영권 논란에 이어 최근 이민법으로 다시 한번 지도력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공격, 미 대법원 보수화라는 3가지 목표를 달성하면서 전통 보수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아 왔다.
문제는 이민법, 이라크 철군, 낙태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중도 보수파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
그는 2007년 중반부터 자신의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의 정치적 입지는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 블레어 영국 총리 “물러날때 됐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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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젊고 활기찬 영국 지도자상을 내세우며 1999년 이후 장기 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그를 둘러싼 대형 선거자금 스캔들이 터지면서 ‘노동당도 보수당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언제 총리직을 넘길지 밝히라는 동료 노동당 의원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끄러운 연설에 의존한 그의 대중 호소 전략이 이제는 ‘약발’이 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안에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 확실하다.
○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징그럽다 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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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고용계약(CPE)법 논란으로 정치 생명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
그는 프랑스의 전통적 보수 엘리트층의 확고한 지지를 기반으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등 유럽의 반미 정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민족적 자존심을 외치는 ‘프랑스 예외주의’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것.
국가간 인수합병(M&A)을 막는 ‘경제 애국주의’는 유럽 다른 나라들의 불만을 사고 있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늘리기 위한 CPE는 프랑스 젊은이들에게서 역풍을 맞고 있다. 내년 그가 다시 대선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부패가 사람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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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출신이면서도 경제 회복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최대 약점이다.
2001년 베를루스코니 집권 이후 이탈리아는 0∼1%대의 지지부진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끊임없는 부패 스캔들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수차례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그는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달 또 한번 피소된 상태.
9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는 여론조사에서 중도좌파 후보인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에게 5% 이상 뒤져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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