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의 혼돈, 911의 탄식…테러때 응급전화 기록 공개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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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제 말 들으세요, 들으세요. 들으세요. 오케이? 당황하지 마세요. 오케이? 듣고 있지요? 거기가 뜨겁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2001년에 발생한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구조를 요청한 희생자들과 911 응급전화(미국 응급전화번호) 교환원의 통화가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시가 공개한 9·11테러 희생자들의 응급전화 통화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130통의 통화 가운데 전화 교환원이 대피를 지시한 것은 2건에 불과했다고 1일 보도했다.

첫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지 10분 만에 현장에서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대부분의 응급전화 교환원들은 구조를 요청하는 희생자들에게 무조건 기다리라는 지시만을 내렸다는 것.

당시 911 응급전화 교환원들은 희생자들에게 ‘절대 움직이지 말고 구조를 기다릴 것’ ‘창문을 깨지 말 것’ 등의 말만 되풀이했다. 일부 교환원은 ‘건물 밖으로 나가겠다’는 희생자를 제지한 사례까지 있었다는 것. 어떤 교환원은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진 뒤에도 “세계무역센터가 아직 거기 있지요, 맞지요”라고 말하는 등 건물 붕괴 사실조차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희생자 유족들도 구조적인 문제였을 뿐 911 응급전화 교환원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당시 받은 충격으로 인해 911 응급전화 교환원 가운데 일부는 사고 이후 아예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뒤 조기 퇴직했다. 교환원들도 9·11 테러의 후유증으로 심각하게 내면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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