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泰총리 사임발표 안팎]“민심이반 심각”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가 4일 전격 사임한 것은 2일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기권표가 많이 나오는 등 민심이반이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이 반(反) 탁신 시위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탁신 총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탁신 총리가 물러난 데는 푸미폰 아둔야뎃(79) 국왕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왕의 영향력=탁신 총리는 전날인 3일에만 해도 “독립적인 국가화해위원회를 구성해 이 위원회가 사임을 요구하면 물러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탁신 총리는 푸미폰 국왕을 만난 뒤 사임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태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푸미폰 국왕이 탁신 총리의 퇴진을 종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실제 태국에서 국왕은 정치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 상징적 존재지만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국왕의 결정이 가장 큰 힘을 받는다. 푸미폰 국왕은 1992년 민중봉기 때 개입해 군사정권을 종식했던 적이 있다.

반 탁신 시위를 주도해 온 민주당 등 야 3당이 4일 총리 사임과 정치 개혁이 수용되면 새로 실시되는 총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도 큰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은 탁신 총리가 3일 제안한 것이었다. 한편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는 탁신 총리가 제시한 화해위원회도 거부하고 총리 퇴진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이번 사태는 탁신 총리가 1월 가족이 보유했던 태국 최대 재벌 친코퍼레이션 지분 48%를 싱가포르 국영기업에 팔아 19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를 챙겼으나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경제성장률도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4%대로 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 됐다.

▽후임 총리는?=태국 정계에서는 솜킷 짜뚜시피탁 부총리 겸 상무장관 등 현 내각의 부총리 7명 중 한 명이 탁신 총리의 후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태국 언론들이 전했다. 집권 ‘타이 락 타이(TRT)’당 안에서는 탁신 총리가 법률 전문가인 포킨 파나쿤 부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