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이란 화두(話頭)를 던져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 리 교사는 이번엔 재미난 수수께끼 문제를 냈다.
“엄마가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갔다. 엄마는 1000위안(약 12만 원)짜리 정기예금 통장을 은행원 누나에게 내밀었고 은행원 누나는 엄마에게 돈을 주었다. 그런데 엄마가 받은 돈은 1100위안(약 13만 원)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학생들은 방금 전 배운 저축 지식을 동원해 수수께끼를 풀었다.
“은행은 저축한 사람에게 원래 맡겼던 돈 이외에 약간의 돈을 더 주는데 이를 ‘이자’라고 합니다.”(왕양양·王陽陽·11·여)
“이자는 돈을 맡긴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아집니다.”(장강·張剛·10)
리 교사는 “어려운 경제이론을 가르쳐 봐야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경제교육을 한다는 생각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르치려 한다”고 말했다.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경제교육이라는 얘기다.
쉬훙(徐弘·11) 군도 “사회 수업이 재미있다. 어렵지 않고 내 주변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써야 좋은지를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어깨를 으쓱 올렸다.
중국에 자본주의 요소가 도입된 것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개혁개방 노선에 따른 것. 특히 공산당의 21세기 첫 전당대회인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대)에서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3개 대표론을 당장(黨章·당 헌법)에 삽입해 노동자와 농민 등 무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해 온 ‘혁명당’에서 착취계급인 자본가까지 포용했다. 시장경제를 사실상 공식 인정한 것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경제교육을 의무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바탕이다.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김경모(金景模·48) 교수는 중국의 경제교육에 대해 “사회주의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적극 도입해 사회주의 현대화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사회 과목에서 전체 8개 단원 중 2개 단원을 배정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한 단원씩 배운다. 분량도 전체 182쪽 중 44쪽(24.2%)에 이른다.
중학교에서는 7학년과 9학년에 각각 1개 단원을 경제교육에 할당했다. 분량은 7학년에서 259쪽 중 24쪽(9.3%), 9학년은 209쪽 중 32쪽(15.3%)이 경제 관련 내용이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사상정치1’을 필수과목으로 배운다. 분량은 8개 단원 259쪽. 선택과목으로는 경제학상식이 있다.
학습 내용도 △미시경제에 속하는 소비와 생산 △시장의 기능 △투자 및 창업 △개별 경제주체의 역할 △시장과 과학기술의 문제점 △수입과 분배 △사회주의 시장경제 △대외무역 등 다양하다.
김 교수는 “최소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교육으로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대해 가르치지만 창업교육, 금융교육 등 실제적인 경제교육을 과감히 도입한 융통성이 중국 경제교육의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초중고교 90% 이상의 학교가 채택하는 인민교육출판사가 펴낸 경제교과서는 비교적 시장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장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스스로 사람과 재화를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절하여 분배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