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는 젊고 잘생긴 남자들의 컬러 사진이 여러 장 실린 선전지를 손에 들고서 여성 고객만을 노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산보하듯 길을 걷던 20대 여성 2명이 못 이기는 척 호객꾼을 따라 들어간 곳은 미남 청년들이 술시중을 드는 ‘호스트클럽’.
최근 일본에서 호스트클럽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가부키초의 호스트클럽은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 한때 100개까지 줄었으나 지금은 150개가 성업 중이다. 호스트를 소재로 한 만화, TV드라마, TV오락프로그램, 영화 등이 넘쳐나는 데 따른 현상이다.
불을 댕긴 것은 주간 만화잡지 ‘영 점프’가 연재하고 있는 만화 ‘야오(夜王)’다.
폭주족 출신의 주인공이 호스트 세계에 뛰어들어 순수한 마음을 무기로 삶에 지친 여성들에게 위안을 주는 ‘호스트 무용담’이다. 이 만화는 2003년 6월부터 지금까지 1∼13권이 단행본으로 발간돼 200만 부가량 팔렸다. 1월에는 민영TV인 TBS가 야오를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했다.
드라마뿐이 아니다. 주요 민방TV에는 호스트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호스트들이 단체로 출연하는 오락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3월 11일에는 일본의 ‘꽃미남’ 탤런트들이 대거 출연하는 호스트 소재 영화 ‘워터스’가 개봉됐다. 현실에 좌절한 청년 7명이 해안가에 한적한 호스트클럽을 열어 심장병에 걸린 소녀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동화 속에서 왕자님이나 일곱 난쟁이가 맡고 있던 역할을 이제는 호스트가 대신하게 된 것.
‘현대판 왕자’들의 수입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가부키초 정상의 호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류세(流星·32)가 5일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정상급 호스트의 수입 규모를 대략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류세가 호스트 겸 대표로 호스트클럽을 경영하면서 3년간 번 돈은 1억4000만 엔(약 11억3000만 원)에 이른다. 세무 당국에 적발된 액수가 이 정도라는 것이지 정확한 규모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돈을 버는 호스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향락과 배금주의의 유혹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사례가 훨씬 많다. 이용자인 여성도 마찬가지다.
2월 오사카(大阪)의 한 명문대 공학부 학생(23)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대학생은 자신이 호스트클럽을 직접 경영하면서 전 종업원과 교제한 여성에게 빚 300만 엔을 대신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요코하마(橫濱) 지방재판소는 택시회사 37곳의 종업원 연금적립금을 운영하는 기금에 근무하면서 20년간 2억8000만 엔을 빼돌린 여성(62)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가 범행의 늪에 깊숙이 빠져든 원인 중 하나가 호스트클럽의 유혹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군마(群馬) 현 마에바시(前橋) 시에서는 소년소녀 5명이 강도상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 여고생 2명은 호스트클럽에 17만 엔의 외상이 있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해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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