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25>美 뉴욕필름아카데미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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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서 자신들의 영화 작품을 직접 촬영하고 있는 뉴욕필름아카데미 학생들. 뉴욕필름아카데미는 ‘강의실 교육’보다는 ‘현장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필름아카데미
뉴욕 맨해튼에서 자신들의 영화 작품을 직접 촬영하고 있는 뉴욕필름아카데미 학생들. 뉴욕필름아카데미는 ‘강의실 교육’보다는 ‘현장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필름아카데미
“촬영은 다음 주 월요일 뉴욕대 근처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합시다. 그때까지 카메라 준비에 문제는 없겠지요?”(감독)

“촬영 당일 아침 일찍 학교에서 장비를 챙기면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중간에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연기자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인데 어떻게 할까요.”(촬영담당)

“연기학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될까요. 오늘 바로 학교에 연기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캐스팅 공고를 합시다. 시간이 촉박하니까….”(감독)

최근 방문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영화전문교육기관인 뉴욕필름아카데미 소호캠퍼스 내 학생 휴게실. 이곳에는 졸업 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감독’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 테리 도널드(26) 씨는 동료 학생들로 구성된 촬영담당 및 보조 촬영기사와 함께 촬영 일정을 놓고 최종 협의를 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출신인 도널드 씨는 “고민 끝에 뉴욕필름아카데미를 선택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배웠다”며 “내 작품에서는 내가 ‘감독’이지만 동료 학생의 작품에서는 촬영담당 등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필름아카데미는 영화 제작, 연기, 시나리오 작성, 디지털 편집, 뮤직비디오 제작, 애니메이션 등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해 오고 있다. 교육기간도 4주부터 1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영화 교육의 백화점’으로 불린다.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현장교육(Hands-on class)’. 카메라를 전혀 다룰 줄 모른 채 입학한 학생도 강의 첫날 곧바로 카메라 조작법을 배운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교육 첫 주인 학생들이 16mm 카메라를 앞에 놓고 교수진에게서 눈 포커스 맞추기와 조명에 대해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뉴욕필름아카데미 학생들의 영화 촬영 현장. 이번에 레일 위에서 촬영을 담당한 학생들은 다음에는 감독으로 영화 제작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한다. 사진 제공 뉴욕필름아카데미

뉴욕필름아카데미 1년 과정 영화제작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안중현(30) 씨는 “뉴욕필름아카데미는 다른 학교에 비해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실습 위주로 가르쳐 실속이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쩔쩔매던 학생들도 몇 달만 지나면 금방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 내용이 철저히 실습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화감독을 목표로 하는 학생부터 소규모 프로덕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이 든 학생’들까지 학생층이 다양하다.

러시아 출신인 이리나 골드(43·여) 씨는 소규모 프로덕션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 현재 의사인 미국인 남편과 뉴욕에 살고 있는 골드 씨는 “젊었을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는데 뒤늦게 영화를 배우게 돼 좋다”며 “졸업 뒤 프로덕션 회사를 차려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교육을 강조하는 만큼 이 학교는 장비 보유 수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카메라 보유 대수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은 필요하면 언제라도 카메라를 빌려 실습을 할 수 있다.

1992년 설립된 뉴욕필름아카데미는 현재 뉴욕 맨해튼은 물론 런던과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여러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재학 중인 학생은 4000여 명. 학교 홈페이지(www.nyfa.com)를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한국어, 중국어로 운영할 만큼 해외에서도 학생들이 많이 온다.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만큼 공동작업을 통해 상대방 국가의 문화와 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인 학생도 35명에 이른다. 개그우먼 박경림 씨도 뉴욕필름아카데미 연기과정을 마쳤다. 이 학교 설립자이자 대표인 제리 셜록 씨는 박 씨에 대해 “모든 일에 진지했던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학교에 다양한 과정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공동작업도 활발하다. 영화 제작, 연기, 시나리오 등 다양한 전공 과정의 학생들이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제작하듯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연기과정 학생들을 상대로 오디션이 이뤄지기도 한다.

학교가 문화예술의 중심인 뉴욕에 있는 만큼 이 학교 졸업생의 작품 발표회장은 미국 영화사 및 제작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탁월한 재능’을 보인 학생들이 곧바로 할리우드에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지원자 대부분 입학 가능 재능 꽃피울수 있게 교육”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목표를 가지고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뉴욕필름아카데미 설립자이자 대표인 제리 셜록(사진) 씨는 학교의 목표를 ‘꿈을 이뤄 주는 곳’으로 정의했다. 이 때문에 뉴욕필름아카데미는 현장교육을 강조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셜록 씨는 “이른바 ‘유명 대학’들은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교실에서 강의를 하는 데 보내는 반면 현장교육은 소홀히 해 왔다”며 “우리 학교는 불필요한 강의 시간을 대폭 줄였다”고 강조했다.

“학교에 입학하면 둘째 주부터 바로 영화를 찍으러 나갑니다. 물론 단편영화이지요. 사실 영화 제작 방법을 익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영화를 직접 찍어 보는 것입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실제 작품을 써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뉴욕필름아카데미는 전형 과정에서도 지원자들을 가능한 한 대부분 받아들이는 ‘열린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셜록 씨는 “학생이 영화 제작이나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 처음부터 알기는 어렵다”며 “결국 최종적인 평가는 이들이 만드는 작품을 보는 일반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제작이나 연기는 개인의 능력과 재능이 크게 좌우한다”며 “뉴욕필름아카데미는 재능을 갖춘 학생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기본 교육을 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출신인 그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을 하는데 그 같은 경험들을 기본으로 스토리가 전개될 때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영화와 TV 드라마를 몇 편 봤다는 그는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높게 평가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입학하려면…

입학은 수시로 가능하며 나이 제한은 없다. 고교 졸업장을 가지고 있으면 입학에 큰 제한은 없다. 그러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만큼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들의 말이다.

학비는 과정과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1년 영화제작 과정’ 기준으로 3만 달러(약 3000만 원)에 이른다. 학교가 미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뉴욕에 있기 때문에 생활비 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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