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영토서 군사작전 중”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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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워싱턴의 화두는 ‘이란’이다. 발단은 시사주간지 뉴요커 최신호가 제공했다.

이 잡지의 시모어 허시 기자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동원한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과 일부 백악관 인사들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잠재적 히틀러’로 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반향이 컸다. AFP통신은 8일 뉴요커 보도를 긴급 타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9일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씨는 10일 칼럼을 통해 “스스로 분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부시 대통령)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지만…그건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뉴요커 보도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례적인 반응들이었다.

백악관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급기야 10일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학 대학원(SAIS) 연사로 초청된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거친 추측(wild speculation)”이라고 부인했다.

영국의 잭 스트로 외교부 장관도 전날 BBC에 출연해 “미국도 영국도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이란 핵 공격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반응이 더 많다.

그런 반응엔 허시 기자의 화려한 이력도 한몫하고 있다. 그는 40여 년간 워싱턴의 베테랑 탐사 보도 기자로 명성을 떨쳐 왔다. 그는 1969년 미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미라이 양민 학살’ 사건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베트남 철군 여론을 촉발시켰다. 미군이 12세 이하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504명의 무고한 주민을 학살할 사건이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캄보디아 폭격의 배후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목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도, 2004년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 사건을 폭로한 것도 그였다.

부시 행정부가 ‘이란 핵 공격 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서자 허시 기자는 10일 미 CNN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레이트 에디션’에 출연했다.

‘현직 인사도 아닌 취재원을 인용해 허황된 보도를 하고 있다’는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비난에 대해 그는 “2년 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보도에 대해서도 그들은 ‘쓰레기’라고 얘기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이란에 대한 매우 신중한 군사작전 계획이 진행 중이다”면서 “이란 영토 안에 이미 미군이 비밀리에 침투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 의회와 여론의 무신경도 질타했다. 최근 이란이 여러 통로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이란과의 대화에 임하라’는 미 의회나 여론의 압력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점이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허시 기자는 이란이 편법을 동원해 핵 능력을 개발하려 하지만 8∼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를 전하면서 “현 시점에서는 이것이 가장 정확한 진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진단을 감안하면 지금은 미국과 이란 간 ‘대화’가 초점이 돼야 할 시점인데 부시 행정부는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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