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만의 축제’ 美남부 열광

  • 입력 2006년 4월 12일 03시 02분


9일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삼성-라디오샥 500’ 내스카 대회. 미국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오른 내스카는 남부를 중심으로 경기마다 20만 명에 가까운 관중을 끌어모을 만큼 인기가 있다. 포트워스(텍사스 주)=공종식 특파원
9일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삼성-라디오샥 500’ 내스카 대회. 미국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오른 내스카는 남부를 중심으로 경기마다 20만 명에 가까운 관중을 끌어모을 만큼 인기가 있다. 포트워스(텍사스 주)=공종식 특파원
9일 미국 텍사스 주의 포트워스를 관통하는 35번 도로는 아침부터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포트워스 북쪽 텍사스모터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내스카(NASCAR·미국개조자동차경주대회) 때문이었다.

‘내스카.’

미국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오른 스포츠다. 미국의 정치 지형도를 바꾼 남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높다.

경기장 주차장은 ‘해방구’였다. 내스카를 보기 위해 일주일째 주차장에서 먹고 자는 관람객, 맥주를 마시며 햄버거를 구워 먹는 가족 단위 관람객….

관람객은 20만 명 정도였다. 반대쪽 관람석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경기장이 컸다.

내스카는 껍데기는 일반 차량이지만 내부는 5800cc 이내의 엔진으로 바꾼 경주용차가 출전하는 대회.

가장 큰 특징은 미국에서 ‘보수혁명’을 주도한 남부 백인층이 제일 좋아한다는 점. 실제로 관중은 백인 일색이었다. 출전한 선수 48명도 전원 백인. 선수의 대부분이 흑인인 농구나 미식축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는 기도로 시작됐다. 기도는 ‘출전한 선수들과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보호해 달라’는 내용. 미국 남부는 미국에서 가장 종교적이다.

경기의 공식 명칭은 ‘삼성-라디오샥 500’. 삼성전자와 라디오샥(전자제품 판매체인)이 후원하는 500마일(약 804km) 완주 경기라는 뜻이다.

내스카가 인기를 끌면서 경기를 후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후원으로 내스카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삼성전자 휴대전화 30만 대가 추가로 팔릴 만큼 내스카의 마케팅 위력은 대단하다.

낮 12시 50분. 갑자기 경기장 대형 TV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떴다.

‘텍사스맨’으로 열렬한 내스카 팬인 부시 대통령은 “‘삼성-라디오샥 500’ 대회 개최를 축하한다. 내스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흥분된다. 자, 시동을 거세요(Start your engine)”라고 말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오후 1시. 굉음과 함께 레이스가 시작됐다. 귀마개를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자동차의 평균 속도는 시속 200마일(약 322km). 속도가 이처럼 빠르다 보니 사망사고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1위 자리가 22차례나 바뀌는 접전 끝에 이날 최후의 승자는 캐시 칸(26·사진) 씨.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오늘 경기가 가장 흥분된 경기였다”고 말했다.

경기장에서 만난 관람객 에디 게리 씨는 ‘왜 내스카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자동차의 굉음, 고무 타는 냄새, 머리끝이 쭈뼛할 만큼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쟁을 무엇보다 사랑한다”며 “여기에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포트워스(텍사스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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