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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음식평론가 560명에게 물었다. 세계 최고의 식당은 어디냐고. 답은 스페인 북부 로사스 근처의 ‘엘불리 레스토랑’.
영국 음식전문지 ‘레스토랑’이 주관한 이번 연례평가에 앞서 엘불리는 2002년에도 최고 식당으로 선정된 바 있다. 명성이 높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모방이 아닌 창조’가 이 레스토랑의 경영 기조. 이곳의 주인 겸 주방장 페란 아드리아 씨는 독특한 재료와 조리방법을 통해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식당 문을 닫는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요리 재료들을 수집해 바르셀로나에 있는 자신의 음식연구소에서 이 재료들을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새 조리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토마토 맛이 나는 골프 공 모양의 빵이 토핑된 바닐라 아이스크림, 액체 질소로 식힌 피스타치오 트뤼플(과자의 일종), 당근 맛이 가미된 거품 등의 메뉴는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20∼30개 코스로 나오는 이곳 음식은 모두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분량.
다소 파격적인(?) 음식의 배합에 낯설어 하는 손님들을 위해 웨이터들은 음식에 대한 재료 설명은 물론 어떤 순서로 먹어야만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지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한 사람당 1병의 와인과 함께 평균 4∼5시간 걸리는 코스 메뉴를 먹어도 1인당 가격은 20만 원 안팎.
수천 가지의 음식 맛을 확실하게 암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방장 아드리아 씨는 ‘절대 미각’의 소유자.
엘불리는 명성만큼이나 콧대 높기로 유명하다. 50여 명만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규모지만 이곳에서 식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자 명단에 오른 뒤 몇 개월에서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엘불리를 대대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니 예약 자리를 일주일 내에 만들어 달라’고 하자 아드리아 씨가 ‘뉴욕타임스니까 2년만 기다리게 해 주겠다’고 답한 얘기도 전해진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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