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기의 중심에 에비하라 유리(일명 에비짱·27)와 오시키리 모에(일명 모에짱·27) 등 이 잡지의 전속 모델이 서 있다.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는 이들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환호를 ‘캉캉 열풍’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3월 11일 ‘도쿄 걸스 컬렉션’이 열린 도쿄 시내 요요기체육관.
“에비짱”, “꺄∼.”
빛의 저편에서 작은 꽃무늬가 달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에비짱이 등장하자 여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기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는 여성도 있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한결같이 엷은 핑크색과 흰색의 ‘에비짱 스타일’.
이날 패션쇼에는 60명의 모델이 등장했지만 가장 많은 환성이 터져 나온 모델은 역시 에비짱이었다.》
같은 날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이세탄백화점 본점 2층의 특설 코너 3개의 시착실(試着室·옷을 입어보는 작은 공간)에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4일 전 나온 캉캉의 부록잡지(일명 네캉)가 다룬 옷을 모아 판매하는 코너다.
이 잡지는 20만 부를 발매했으나 이틀 만에 동났다. 네캉의 주인공은 모에짱이었다.
네캉은 캉캉 본지에 자주 등장하는 여섯 개의 브랜드와 제휴해 기획 상품을 개발한 뒤 잡지 발매와 함께 판매했다. 잡지를 위해 제조 회사가 일부러 제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캉캉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 ‘프라이드 그라이드’도 ‘프라이드 그라이드 골드’라는 기획 상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세탄백화점에서와 같은 광경이 전국에서 벌어졌다.
“발매 첫날에 전국의 모든 취급 점포에 전화를 걸었지만 품절이었다”는 전화가 줄을 이었다.
물론 캉캉에 사진을 싣는다고 해서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첫째 인기 전속 모델이 입어야 하고 둘째 그 모습이 귀엽게 비쳐야 한다. 예를 들면 에비짱이 사진 속에 입고 있는 색깔의 옷만이 다른 색깔의 옷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팔린다. 이 잡지 스스로 이름 붙인 ‘에비 매출’ 현상이다.
프라이드 그라이드는 캉캉 4월호에서 7쪽에 걸친 제휴광고를 게재하고 봄의 신작을 에비짱에게 입혔다. 메이커 측이 가장 자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첫 쪽에 게재한 면 캐미솔은 잘 팔리지 않았다.
반면 뒤쪽 쪽에 실린 펄렁한 실루엣의 무릎 길이 흰 스커트는 폭발적으로 팔렸다. 캐미솔의 사진은 에비짱의 상반신뿐이지만 스커트는 전신 사진이라는 게 그 같은 차이를 낳았다고 한다.
일본의 출판시장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캉캉만은 예외다. ‘도깨비잡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오니시 유타카 캉캉 편집장이 2001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캉캉의 판매부수는 30만 부 가까이 급증했다.
2001년 하반기 캉캉의 실제 판매 부수는 32만 부인 데 비해 경쟁잡지 JJ는 47만 부였으나 2005년 상반기에는 캉캉이 55만 부, JJ가 26만 부로 역전됐다.
2006년에는 60만 부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기에 네캉의 20만 부를 더하면 80만 부가 넘는다.
에비짱이 캉캉에 등장한 것은 약 3년 반 전이다.
당시에도 캉캉에는 야마다 유(22)와 모에짱이라는 2명의 인기 전속 모델이 있었다. 간판 모델이 3명이나 모여 있다는 점도 캉캉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에비짱의 이미지는 철저한 기획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
그녀가 소속된 프로덕션 ‘케이닷슈’그룹의 다니구치 겐이치 씨는 말한다.
“에비짱의 인기는 캉캉 독자와 편집부가 키워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비짱 팬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미디어의 노출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에비짱을 TV 드라마 등에 출연시키는 일도 드물지만 출연할 때도 이미지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한 예로 그가 올봄부터 출연한 한 드라마에서의 극중 이름은 ‘에비하라 유미’. 실제 이름인 ‘에비하라 유리’와 한 글자만 다를 뿐이다. 그가 드라마에서 맡고 있는 배역도 모델이다. 에비짱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CF도 마찬가지다.
2년 전부터 에비짱의 인기가 오르기 시작하자 화장품 메이커들의 CF 출연 요청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비짱 측은 모두 거절했다. 화장품업계 1위 업체인 시세이도의 요청이 들어올 때까지 참고 기다렸던 것. 1년 반을 기다린 지난해 여름 에비짱은 시세이도의 제품인 ‘아넷사’의 CF 모델로 기용됐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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