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섬 주민들의 분노'

  • 입력 2006년 4월 14일 16시 23분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당신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1946년 3월 태평양 국가 마셜제도의 비키니 섬 주민 167명은 당시 미국 해군 벤 와이어트 제독의 명령에 따라 정든 고향을 떠나야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이 세계의 모든 전쟁을 끝낸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핵무기 실험장소로 이곳을 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결정에 저항할 힘이 없는 비키니 주민들은 미 해군에 의해 3차례나 짐을 싸야 했다. 일부 주민들은 굶주림으로 죽었다. 미국은 1958년까지 23번의 핵실험을 했다.

1994년 비키니 섬 주민들은 미 정부를 상대로 집에서 강제로 쫓겨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7년 뒤인 2001년 마셜제도 수도의 핵청구법정은 "미 정부는 비키니 주민들에게 5억630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핵청구법정은 미국이 마셜제도 내에서 실시한 67개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미 정부가 만든 법원.

하지만 지금까지 미 정부가 지급한 돈은 4575만 달러이며 비키니 주민들의 손에 쥐어진 돈은 230만 달러에 불과하다.

비키니 섬 생존자 56명은 토마키 주더 비키니 상원의원 등을 소송 대리인으로 해 "미 정부는 피해 보상금 5억6300만 달러를 지급하라"며 미 연방법원에 12일 소송을 제기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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